100t 눈 무게 … "조립식 체육관 10초도 안돼 무너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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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밤 붕괴된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건물 주변에서 소방대원들이 매몰된 학생들을 구조하기 위해 포클레인을 동원해 건물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뉴스1]

17일 밤 9시20분 경주시 양남면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위해 모인 부산외국어대 신입생 370여 명과 재학생 180여 명이 레크리에이션을 하는 중이었다. 갑자기 “우지직” 하는 소리와 함께 체육관 지붕이 내려앉았다. 체육관은 학생들 비명으로 아수라장이 됐다. 상당수는 현장에서 뛰쳐나왔지만 130여 명이 미처 대피하지 못했다. 현장에 있던 신입생 이모(19)군은 “체육관 지붕이 무너져 내리자 학생들이 놀라 입구 쪽에 몰리는 순간 입구 쪽 지붕마저 무너졌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군은 “지붕이 완전히 무너지기까지 10초가 채 걸리지 않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조립식으로 지어진 체육관 지붕이 지난 12일부터 내려 60㎝ 이상 쌓인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고가 난 체육관은 내부에 기둥이 없고 바깥 쪽에만 기둥이 있다. 게다가 지붕은 샌드위치패널로 돼 있어 눈의 무게를 견디기에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통상 1㎡에 눈 10㎝가 쌓였을 경우 그 무게는 약 14㎏에 이른다. 수백 명을 수용하는 1200㎡ 강당 지붕에 60㎝의 눈이 쌓였다면 그 무게는 100t에 이르렀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이 기간엔 경주시 곳곳에선 폭설에 따른 각종 붕괴 사고가 잇따랐다. 마우나리조트가 있는 경주시 양남면에서도 축사 5동이 눈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내려앉았다. 경주시 북부동에 위치한 계림초등학교 강당 철제 지붕이 닷새간 쌓인 눈 무게로 인해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리조트 부근의 경주시 양남면 신대리 이장 이상춘(59)씨는 “눈이 계속 오는 가운데 날씨가 포근해 살짝 녹으면서 더 무거워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지금도 계속 눈이 와 마을에서 리조트 쪽으로 올라갈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현장에서 구조 작업을 하는 경찰과 소방당국도 “계속 쌓이는 눈 때문에 부상자를 병원에 옮기는 데 애를 먹고 있다”고 하는 정도다. 

 이씨 말처럼 닷새간 내린 눈이 시간이 지나면서 습기를 머금어 더욱 무거워졌을 가능성도 있다. 통상 물기를 머금은 습설(濕雪)이 일반 눈보다 2~3배 더 무거워 공장 지붕도 무너질 수 있다는 게 건축계의 시각이다. 건국대 안형준(건축학과) 교수는 “눈은 내린 뒤 물이 함유되면 하중이 엄청나게 부가된다”며 “특히 무너진 체육관 같은 조립식 건물은 지붕이 경사지지 않고 평평해 눈 무게에 더 취약하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경주는 눈이 잘 오지 않는 지역이기 때문에 체육관 공사를 하면서 눈 하중에 대해 특별히 고려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붕괴 사고가 난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는 2006년 11월 1일 설립됐다. 골프장과 체육관·연회장·스파 등 휴양시설을 함께 갖추고 있다. 운영사인 마우나오션개발은 코오롱그룹 계열사다. 코오롱그룹 측은 사고가 나자 과천 본사에 팀을 꾸려 현지 상황을 파악하는 한편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마우나오션개발과 경북도·경주시는 지난해 12월 경주 마우나오션 관광단지 확대투자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양해각서에는 마우나오션개발이 오는 2020년까지 3400억원을 투자해 지역 맞춤형 관광자원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적혀 있다.

경주=차상은 기자, 정강현·안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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