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성문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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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이런 의학 실험이 있었다.
흰쥐를 가두어 놓고 막대기로 위협을 하는 장치를 만들어 놓았다. 적당한 시간이 되면 그 막대기가 작동을 시작해 흰쥐를 공포와 불안에 몰아 넣는다. 이런 실험이 얼마 동안 계속되었다.
나중에 흰쥐를 꺼내 본 의사는 깜짝 놀랐다. 실험을 시작할 때와는 너무도 다른 모습이었다. 털끝엔 하얀 분말이 서려 있고 또 몰라보게 노쇠해 있었다.
흰쥐의 실험 아닌 인간의 상황에도 그런 것이 있었다. 「프랑스」「루이」16세의 비 「마리·앙톼네트」의 고사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빵을 달라』고 외치는 군중에게 『빵 대신「케이크」를 먹으라』고 비양거렸던 그 왕비-.
그녀는 대 혁명이 일어나자 반역자로 몰려 사형 선고를 받았다. 처형장에 나온 「마리·앙톼네트」의 모습을 보고 형리들은 두 눈을 비볐다고 한다. 그는 어젯밤의 「마리·앙톼네트」가 아니었다. 하룻밤 새에 백발이 되고 그 고운 얼굴은 조그랑 할멈이 되어 있었다.
의학적으로는 이런 현상을 혈액상(체액)의 부조화로 설명한다. 사람은 정상적인 상태에선 혈액상이 7.4PH(페하)로 유지된다. 중성의 상태는 7「페하」. 따라서 7.4「페하」는 약 「알칼리」성이다.
그러나 이 7.4「페하」의 정상 상태가 깨어지면 사람은 이미 건강상태를 잃기 시작한다. 7.4 이하의 산성도, 그 이상의 강「알칼리」성도 모두 병의 시초를 의미한다.
인체의 구조는 자연의 섭리에 의해 일상의 식생활로 정상 PH를 유지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음식물 속엔 산과 「알칼리」성이 각각 배합되어 있어서 체액은 그것을 섭취하여 정상상태를 유지한다.
그러나 현대의 문명은 인간에게 「산성생활」올 강요하고 있다. 우선 우리의 식탁에서 육류는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또 「스트레스」에 쫓기는 생활은 술을 멀리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한편 인간들은 자연이 베푸는 정서의 생활을 잃고 도시의 「메커니즘」속에서 불안과 초조와 공포에 떠밀리며 산다. 번거로운 일상은 정신적인 안정을 얻지 못하고 언제나 노한 듯한 생활을 하게 한다. 소외감도 이런데서 비롯된다.
정신은 울적한 상태를 벗어 나오기 힘든다. 여기에 운동 부족마저 겹쳐 인체의 모든 기능을 「바이탤리티」(생명감)와 「밸런스」(균형)를 잃고 있다. 필경 공해도 우리의 피로한 생활을 더욱 괴롭힐 것 같다.
이와 같은 상황들은 곧 혈액상의 부조화를 일으키기 알맞다.
인간은 만성적인 산성생활에 묻혀 건강을 놓치게 된다.
어느 국내 의학자는 한국인에게도 문명병이 현격히 늘어가고 있다는 보고를 하고 있다. 마음마저 울적한 나날의 생활이고 보면 그것은 필연적인 현상일 것도 같다. 건전한 사회는 건강의 어머니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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