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7)체육회장 3년 유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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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내가 대한체육회 회장에 선임된 지 벌써 3년을 맞았다. 짧지도 않고 길지도 않은 이 3년은 한국체육에 있어서 다사다난한 기간이기도 하다.
고종시대이래 처음 있었던「모스크바」세계대학생경기대회에 참가한 일들과 이번 제7회「에이시언·게임」의 남과북의 대결에서 오는 긴장과 흥분들이 이 순간도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내 뇌리를 스쳐가고 있다. 국제대회에 참가해 보면 볼수록 세계「스포츠」는 해를 거듭할수록 급변하고 있음을 실감한다. 마치「다윈」의 진화론이 이「스포츠」사회에도 고스란히 적용되는 약육강식의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믿어진다. 따라서 오늘의 우리나라「스포츠」도 국가적 차원에서 체육의 개념을 정립해야할 깃점에 놓여있다.
솔직히 말해서 우리나라 국민성은 질서를 등한시하고 단결할 줄 모르는 국민이라고 한들 그 누가 크게 항의할 수 있겠는가. 체육의 사명은 질서와 단결을 소중히 여기며 용기 있는 국민, 의지 있는 국민, 긍지를 갖는 국민으로서 늠름히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살 수 있는 국민상을 형성하는데 있다고 본다. 영국의 예를 보더라도 그러하다. 영국신사의 정신적 기조가 무엇이냐고 나에게 묻는다면, 어려서부터 몸에 익히고있는 일인일기의「스포츠」를 통해서 이룩한 불타는 애국심과 의협심 그리고 대아를 위하여 소아를 버리는 숭고한 봉사정신이라는 것을 나는 서슴지 않고 답할 수 있다. 이러한 정신구조가 바로 영국정신이라고 하더라도 논리의 비약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이것이 긍정의 사실이라고 하면 한국체육의 미래상도 그 무엇이라야 할 것인가는 앞서 말한 용기 있는 국민, 의지 있는 국민, 긍지를 갖는 국민이라고 하겠다.
그렇다면 이길 수 있는 환경의 조성이 선행되고 체육인은 이겨야하는 사명감에 투철해야하겠다. 이 양자의 조화 없이는 한국체육은 낙후하고 말 것이다. 온 국민은 전진을 갈구하고 있다. 이러한 문젯점의 초보적인 해결책의 하나로서 과거 국위를 선양한 흘러간 용사들의 현주소를 찾아야 하겠다는 나의 줄기찬 집념이 드디어 밝은 태양을 보게되었다. 이것이 바로 경기력 향상을 위한 연금제 실시다. 1948년「런던·올림픽」에서1972년「뮌헨」대회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현주소를 지켜본 사람은 과연 몇 사람이나 될까. 그들은 여태까지 생존이란 현실의 찬바람을 맞아가며 오직 화려했던 과거를 회상하며 무번지의 주소에서 꿈틀거리고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 국위를 선양한 이 무번지의 용사들을 찾아 인간과 인간사이에 교류하는 뜨거운 정을 나눌 그날을 기약한다. 그날은 바로 1975년 1월20일이다.【김택수<대한체육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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