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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 주택가 개스탱크 폭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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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16이 상오 0시54분쯤 서울 서대문구 응암동 86의13 주식회사 남창「개스」서부저장소(주인 김재옥·27)에서 7.5t짜리「개스」주입차로 20t짜리「개스·탱크」에 LPG를 주입하다 새어나온「개스」가 벌겋게 달아오른「개스」주입차 배기통에 인화, 불이 나면서「탱크」와「개스」주입차가 5차례나 연쇄 폭발했다. 한밤중 큰 폭음과 함께 퍼진 진동으로 반경 3백m안에 있는1백여 가구의 유리창·벽·가구 등이 박살났고 잠자던 인근주민 3천여명이 대피하는 등 큰 소동을 벌였으며 폭음은 멀리 10㎞까지 퍼져 잠결에 놀란 시민들의 문의전화가 신문사에 잇달았다. 이 사고로 남창「개스」사무실과 부속건물이 반소되고 사고 당시「탱크」에「개스」를 주입하던 호남정유소속 경북7가1638호「개스」주입차 운전사 이흥수씨(31·서울 관악구 신림동354)가 온몸에 중화상을 입었고 배숙자씨(22·여·응암동178의29)등 인근주민 30여명이 깨진 유리창 파편에 부상을 해 인근 서부병원·제일연합의원·한독의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은「개스」주입차 운전사 이씨를 업무상 중실화혐의로 입건하고 남창「개스」저장소 주인 김재옥씨를 연행, 사고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발화>주입차 배기통 과열
사고는 김포 호남정유「개스」저장소에서「개스」를 싣고 사고현장까지 달러온「개스」주입차의 배기통이 과열, 「개스」저장소「탱크」에 엉성하게 연결된「호스」에서 새나온「개스」에 인화돼 일어났다.
경찰에 따르면 사고직전 운전사 이씨가 저장소「탱크」와 주입차 간의 연결「호스」가 밀착돼 있지 않은 것을 발견, 다시 밀착시킨다는 것이 취급 미숙으로 거꾸로 틈이 더욱 벌어지게 돼 이때 새나온「개스」가 벌겋게 달아오른 배기통에 닿아 불이 붙고 저장「탱크」에 연쇄적으로 인화, 폭발했다.
불길은 높이 40m까지 불기둥을 이루며 치솟아 밤하늘을 벌겋게 물들이면서 인근 주택가를 대낮같이 밝히다가 상오2시쯤 다시 높이 2.5m, 길이 10m되는 저장소「개스·탱크」가 마지막으로 폭발, 반경 5㎞를 지진과 같이 진동시키면서 불길이 사방으로 흩어지고 박살난 유리조각이 눈가루처럼 쏟아졌다.

<현장피해>엿가락 된 철제 셔터
「탱크」가 폭발하면서 남창「개스」저장소 건너편 3층 건물인 박경자 안과의원·중앙당·상록복덕방 등 건물유리창이 산산조각 나고 철제「셔터」가 엿가락처럼 휘었으며 벽이 약2㎜ 금이 가기도 했다. 남창「개스」저장소에서 30m떨어진 주택가인 응암1동 85의38 문철호씨(26) 집 등 가옥 20여 채가 천장이 내려앉고 유리창과 가구 등이 산산조각 나는 등 쑥밭을 이루었다.
어린이·부녀자들을 포함한 3천여 명의 주민들은 한밤중에 잠옷 바람으로 이리저리 몰리면서 쏟아지는 불똥과 유리파편을 피하며 울부짖었다. 남창「개스」저장소 옆에 붙어있던 응암동11l 엄정진씨(41) 집 등「시멘트·블록」 가건물 3채는 지붕이 날아갔고 주인 엄씨는 오른쪽 발에 부상을 입었다.
폭발현장에서 60m쯤 떨어진 오동렬씨(47·응암동150의40)집에서는 오씨와 부인 김덕임씨 (42)가 유리파편을 맞고 무너진 천장에 깔려 얼굴·목구멍 등에 부상을 있었으며 옆방서 잠자던 오씨의 조카 김용호씨(30)는 얼굴에 상처를 입었다.
현장조사를 하던 중부소방서 소방원 이흥덕씨(43)등 소방원 5명이 불길에「잠바」를 태우고 파편상을 입기도 했다.

<진화>
불이 나자 서울시 소방당국은 소방차 27대를 동원, 진화작업을 벌였으나 폭발위험이 있어50m 이내에는 접근을 못해 속수무책으로 불구경 만하다「탱크」가 폭발한 뒤인 상오2시30분쯤 겨우 불길을 잡았다.
경찰과 소방당국은「탱크」가 폭발하기 전 주민들을 긴급 대피시켜 사망자는 없었다.

<문제점>법규 미비 틈타 주택가 침투, 취급도 미숙
응암동 LPG「탱크」폭발사고는 늘어나는 고압「개스」수요에 미처 대응하지 못한 미숙한 취급·관리 및 장비부족·법규의 허점 등이 빚어낸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던 사고였다.
LPG등 가연성「개스」를 규제하는 고압「개스」안전관리법은「개스」수요가 늘어나자 73년2월 종전의 압축「개스」단속법을 강화, 제정됐으나「개스」의 종류·처리 및 저장능력별로 주택가 등으로부터 14∼21m의 안전거리만 두도록 규정해 주택가 한복판에도 불씨를 안은 이들 고압「개스」취급업소가 합법적으로 마구 들어설 수 있게 규정하고있다.
이 때문에 사고 현장에서2∼3백m 떨어진 응암동 네거리에도 삼화「개스」저장소와 동양「개스」저장소 등이 몰려있어 위험을 내포하고 있었다.
남창상사의 경우 20t짜리「개스·탱크」를 설치하고 있어 고압「개스」안전관리법의 2종 보안시설로 규정돼 주택가 등으로부터 14m 거리만 두면 되도록 돼있다. 그러나 이번 사고로 유리창이 깨지고 벽이 무너지는 등 직접 피해를 본 피해거리는 반경3백m를 넘어 법규에 규정된 안전거리가 현실성이 전혀 없음을 드러냈다.
서울시 당국은 이 같은 실정을 감안, 지난 5월30일부터는 서울시청중심 10㎞이내에는 이들 업소의 신규허가를 억제토록 지침을 세웠으나 그 이전에 이미 설치된 32개 저장소의 대부분이 변두리 신흥주택가에 마구 들어서는데 대해서는 손을 쓰지 못하고있다.
고압「개스」로 인한 사고는 69년부터 지난 10월말 현재 서울시내서만 3백29건이 발생, 해마다 증가추세를 나타내고 있으나 사고원인은 거의 90%가 취급부주의로「개스」취급에 대한 미숙 및 지식부족이 사고를 빚은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소방당국은 유류 화재에 대비한 화학차는 보유하고 있으나「개스」화재진화용 화학차는 단1대도 없다.
이 때문에 이변 사고 때도 소방당국은「탱크」의 과열 폭발을 막기 위해 물을 퍼부어 냉각시키는 소극적인 진화 작업밖에 펴지 못했으며 그나마 불기둥이 높이 솟아오르자 제대로 작업을 벌일 수 없었다.
사고가 난 남창 상사에는 자체소방장비로 포말 소화기2대, 분말소화기1대 등 3대의 소화기가 있었으나 모두「개스」화재예방에는 쓸 수 없는 것들이었다.<이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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