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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살림 꾸미는 국립중앙도서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신축과 이전을 둘러싸고 말썽이 많던 국립중앙도서관이 드디어 11월4일로 문을 닫고 30일간의 휴관동안 남산 전 어린이 회관 건물로 옮겨오는 12월2일부터 다시 문을 열게 된다.
국립중앙도서관의 정규직원 99명과 30여명의 임시직원들은 총 56만 권의 소장본을 묶어 새 도서관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국립중앙도서관이 창설된 지 50년만에 처음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이다. 그 동안 국립중앙도서관의 열람 자수는1천3백만 명, 우리 나라 총인구의 3분의1에 이른다.
서울 중구 소공동6번지 노른자위 땅 한복판에 자리잡은 1천9백77평과 건평 1천4백44평의 국립중앙도서관은 사실 소음과 비좁음으로 오래 전부터 이전이 불가피했었다. 재산평가 30억원이 넘는 이 땅을 팔아 약간 변두리 지역에 새로 널따란 대지를 마련, 신축하자는 계획이 문교부에 의해 추진되어 왔었다.
그러나 몇 차례 공매예정에도 적당한 매입자가 없어 매매계약은 실현되지 못했다. 그러다 작년에「호텔」신축「붐」에 힘입어 반도「호텔」부지와 함께「롯데」에서「호텔」신축부지로 매입키로 결정을 보았었다. 국립중앙도서관은 신관건설후보지로 장충단 공원 안·여의도·서울대 문리대자리 등 후보지 물색에 가슴이 부풀었으나 결국 정책적으로 남산 전 어린이 회관으로 최종적인 낙착을 보게되고 말았다.
올해로 꼭 창설50년만의 이전이라 이삿짐을 싸고있는 직원들도 감개무량하기 짝이 없다. 국립중앙도서관자리는 옛 남별 궁터. 1923년 11월30일 총독부도서관으로 개관된 이후 50년간 중앙도서관 구실을 해왔다.
개관당시 장서는 1만2천 권이었으나 현재는 총 56만 권. 50배로 장서가 늘어났으나 3층 붉은 벽돌집은 옛날 그대로다. 50년 동안 증축한 부분은 겨우 2백여 평. 너무나 시설이 좁기 때문에 열람석이 2백인 석 밖에 안 된다. 서고도 5백70평밖에 안 되어 제대로 진열조차 못할 형편이다.
남산 전 어린이 회관으로 옮기면 열람석도 1천 석으로 약 3배, 서고도 1천5백여 평으로 3배 남짓 늘어난다.
약 2억원의 예산으로 남산 전 어린이 회관건물의 개수를 서두르고 있다.
열람실이나 서고이외에 여러 가지 계획도 많다. 현재 국립중앙도서관은 고 오세창씨 또는 김두종 박사 등의 개인문고를 6개나 증정 받고 있으나 전시실이 없어 진열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었다.
새 도서관으로 옮기면 개인 문고 실을 설치, 열람케 하며 개인 연구실, 정부간행물 실, 외국자료실, 정간물 실, 참고 실, 외국자료「코너」등 보다 활발한 중앙도서관으로서의 구실을 다하겠다고 직원들은 기대에 벅차 있다.
그러나 국립중앙도서관은 연례적으로 독서주간 때나 한 번 정도 입에 오르내릴 뿐 예산이나 운영에서 완전 소외되어왔다. 작년 예산만 해도 겨우 1억7백만 원. 한국과학기술정보「센터」2억7천만 원, 국회도서관의 2억1천만 원에 비해 절반도 안 된다.
국립중앙도서관은 사실상 일반 공공도서관과 국립도서관이란 특수기능 등 양면활동을 다해야만 제구실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서지정보·납본기능·국가서지 편집 그리고 일반도서관의 지도육성 및 사서직 육성 등 다양하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국립중앙도서관의 역할은 재수생 공부방 역할에서 얼마나 벗어나 있었던가는 재고해볼 문제이다.
도서관의 현대적 추이는 출판물의 수집·정리·보존·열람에서 나아가 참고조사, 정보제공의 구실까지를 한다.
때문에 책의 창고라는 도서관이 보다 능률적으로 개방되어 열람자에게 접근하는 방법이 연구되어지고 있다.
남산 전 어린이회관으로 자리를 옮기면 지금보다 3배의 넓은 공간을 차지하게 된다. 이런 공간이 어떻게 활용될 것인지는 참으로 미지수이다.
커지는 살림에 살림살이 예산이 가장 큰 문제인데 올해 1억2백90만원, 내년도에도 겨우 1억5천9백여 만원의 예산을 국회에 제출중이다.
이전특별경비로 추경예산에 올린 것도 3억2천3백만 원 정도. 이 예산으로는 어린이회관을 개수하고 이삿짐을 옮기는 비용도 어려울 형편이다.
신축도 못하고 금싸라기 땅만 팔고 겨우 남산 전 어린이 회관을 차지한 국립중앙도서관의 이전의 꿈은 그리 밝은 것만도 아닌 모양이다. <양태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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