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비즈 칼럼

'현자의 돌'과 창조경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0면

박항식
미래창조과학부
창조경제조정관

중세의 연금술사들이 일생을 바쳐 찾았던 ‘현자의 돌(Philosopher’s Stone)’은 모든 금속을 금으로 변환시키는 신비한 물질로 알려져 있다. 수세기 동안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아이작 뉴턴을 비롯한 당대의 과학자들까지 이 돌을 찾기 위해 막대한 시간과 재산을 투자했다. 지금까지 누구도 찾지 못했고, 현대 과학은 연금술이 실현 불가능한 시도로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연금술사들이 현자의 돌을 찾기 위해 수행했던 수많은 실험들이 결국 현대의 과학기술 발전에 큰 기여를 한 것도 사실이다.

 자본주의가 등장하면서 막대한 부의 원천으로 해석될 수 있는 ‘현자의 돌’을 찾기 위한 다른 방향의 시도가 계속되어 왔다. 산업혁명 초기에는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에 나오는 핀 공장의 ‘분업’이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현자의 돌 역할을 했다. 산업경제 시대를 지나 지식경제 시대가 도래하면서 현자의 돌은 과학기술과 지식재산의 모습으로 변모했다. 이후 우리가 현재 맞이하고 있는 창조경제 시대에는 아이디어와 혁신적 기술의 결합으로 부가가치 창출 원천이 변화하고 있다.

 개인이나 국가의 빈부를 가르는 요인이 물질적 격차에서 디지털 디바이드로, 그리고 창의성 격차로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창조경제 시대의 부의 원천인 창의성은 자본이나 물적 자원과 달리 고갈이 되지 않고 환경오염과 같은 부작용도 없으며 수확체감의 법칙이라는 한계도 없다. 창의성은 ‘21세기 현자의 돌’로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창의성은 자본이나 광물자원과 달리 모든 나라, 모든 사람들에게 보편적으로 내재되어 있어 국가 간의 불균형 성장을 극복할 원천이 될 수 있다. 올 초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이 기조연설을 통해 창조경제의 비전과 추진 전략을 소개했을 때 선진국은 물론 많은 개발도상국의 지도자와 기업인들이 깊은 공감을 보낸 것도 창조경제가 한국 정부의 경제 독트린을 넘어 21세기 세계질서를 새롭게 재편하기 위한 보편적 가치라는 점을 설득력 있게 제시했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달 3일부터 이틀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26차 한·미재계회의’에 참석해 미국 정부 관계자 및 재계 지도자들에게 한국의 창조경제 로드맵을 소개했다. 참석자들은 처음에는 창조경제라는 개념을 다소 낯설어 했으나 구체적인 사례와 체계적인 비전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난 후에는 깊은 관심과 수준 높은 협력방안을 적극 제시하기도 했다.

 창조경제의 핵심 철학은 ‘개방과 협력’이다. 필연적으로 나라 간 장벽을 넘어 글로벌화를 지향해야 하는 속성이 내재되어 있다. 정부는 창조경제의 세계화를 위해 해외 곳곳에 글로벌 혁신센터를 설립하고 ‘글로벌 멘토단’을 구성해 운영키로 하는 등 우리 기업의 해외진출 및 현지 창업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귀국하면서 우리가 주도하는 창조경제의 성공을 통해 이 시대가 요구하는 현자의 돌을 찾아내어 세계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선도하는 대한민국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박항식 미래창조과학부
창조경제조정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