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억 사기 대출범, 마카오선 VIP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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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서울지방경찰청 경제범죄수사대는 KT ENS 협력업체 7곳이 은행들로부터 5000억원대 사기 대출을 받은 돈 중 일부가 도박 자금으로 쓰인 정황을 잡고 대출금의 사용처를 추적하고 있다.

 12일 경찰에 따르면 가짜 매출채권을 만들어 준 혐의로 구속된 KT ENS 김모(51) 부장이 경찰 조사에서 협력업체 중 한 곳인 NS쏘울 대표 전모(48)씨와 함께 지난 설을 전후해 두 차례 홍콩 마카오의 카지노를 방문했었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여기서 전씨 소개로 속칭 ‘롤링업자(고객들을 도박장에 소개해 주고 수수료를 받는 이들)’를 만나 VIP 대우를 받았다고 한다. 경찰은 전씨가 필리핀과 마카오 등 동남아에 상습적으로 해외 도박을 해 온 정황을 포착했다. KT ENS의 매출채권을 조작해 준 김 부장에게 대가로 ‘카지노 향응’도 제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전씨는 김 부장에게 2012년부터 매달 100만원 이상의 법인카드를 쓰게 해주고 벤츠 등 차량 리스비를 대주기도 했다. 경찰은 지난 4일 홍콩으로 도주한 전씨에 대해 인터폴에 수배를 요청한 상태다.

 경찰은 11일 압수수색한 협력업체 5곳에서 확보한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회계장부, 대출 관련 서류 등을 바탕으로 대출금의 용처를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7일 자진 출석한 다모텍 대표 전모씨는 “합법적인 대출로 알고 있었고 문제 되는 곳에 쓰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홍콩으로 도주한) 전씨가 주로 김 부장을 접대해 자세한 내막은 모른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모바일꼬레아 대표 조모씨는 12일 오후 소환조사했다.

 금융당국은 이들 업체의 자본금이 100억원 미만임을 감안하면 사업이나 투자보다는 개인적으로 빼돌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국내에서 잠적한 중앙티앤씨 대표 서모(45)씨 등 업체 대표 4명의 행방을 쫓고 있다. 이들은 KT ENS 김 부장이 경찰에 구속된 지난 9일을 전후해 회사에 나오지 않고 외부와도 연락을 끊었다. 경찰 관계자는 “업체 경리직원들이 이미 금감원의 조사를 알고 1월부터 증거 인멸을 해왔다는 진술을 했다”고 전했다.

 한편 협력업체 7개사(NS쏘울·NS쏘울 F&S·중앙티앤씨·아이지일렉콤·컬트모바일·다모텍·모바일꼬레아)는 회사 임원 이 중복되는 등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NS쏘울 대표 전씨는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컬트모바일 감사를 지냈다. 또 아이지일렉콤·NS쏘울·중앙티앤씨의 등기부상 ‘지배인’은 제3의 인물인 이모씨로 동일하다.

이유정·구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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