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만석 돌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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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관가는 지금 대 풍년가를 부르고 있는가보다. 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 쌀 수확은 3천21만 섬으로 예상되고 있다.
비로소 우리는 우리가 가꾼 쌀을 한 사람이 한 섬씩 차지하게 되었다. 반가운 일이다. 당국의 발표가 진실이기를 믿으며 또 적어도 우리의 수확이 그 정도는 되어야 할 것이다.
우선 올해의 쌀 작황은 풍년이었다는 작년 수준을 훨씬 넘고 있다. 96만섬이나 더 거두어들이게 되었다니 「풍년」이란 말에 큰「대」자를 붙여 줄만도 하다. 또 이것은 평년작보다 무려 2백33만섬이나 증수된 기록이다.
어쨌든 국민 1인당 쌀 한 섬씩을 차지하게 된 것은 말만 들어도 배가 든든하다. 우리의 생활관습으로는 3세미만의 유아를 제외하고 1인당 한 섬씩을 가지면 자급자족의 수준은 된다. 이것은 고인들이 전통적으로 일러 오는 말이다.
그러나 양정당국에 따르면 아직도 쌀 자급은 어려운 형편이라고 말한다. 우리의 식생활이 그만큼 바뀌었다는 뜻일까. 정책가들은 양곡의 수급계획을 1인당(3세미만은 제외) 2섬씩으로 계상하고 있다고 한다. 비축분까지 생각한 것인지 아니면 우리의 왕성한 식욕을 예상한 것인지는 모를 일이다. 주식만이 아니고, 「기타소비」까지 포함하면 그럴지도 모르겠다.
올해 하곡수확은 저조한 편이라고는 하지만 보리쌀 실수확이 1천2백50만섬 수준은 되었다고 한다. 그밖에 잡곡류의 연평균 수확을 모두 계상하면 쌀의 평년수확과 비슷한 양의 수치를 보여준다.
이런 통계에 근거를 두면 정책가들이 말하는 국민1인당 2섬씩의 몫은 되는 셈이다. 식량의 자급이 가능해졌다는 것이 통계상으로는 드러나게 되었다.
그러나 외곡 도입의 실적을 보면 실로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외미의 경우 71년에 90만7전t, 72년엔 58만4천t. 73년엔 43만7천t씩이나 들여왔다. 그 값도 매년 인상되어 72년의 t당 3백2「달러」가 73년엔 4백80「달러」나 되었다. 일설에는 금년에도 이미 20만t의 외미가 도입되었다고도 한다.
금년의 국제시세는 6백25「달러」를 상회하며, 최고는 6백61「달러」에까지 이르렀다. 그나마 이것은 현지 가격이며, 여기에 운송비와 기타비용이 더 가산되어야 비로소 우리 식탁에 오르게 된다. 정부의 쌀 수매가에 비하면 2배의 고가이다. 73년도의 경우는 외곡 도입에 무려 4억6천2백만「달러」나 지불했다.
다시 시선을 안으로 돌려 10여년 전의 미곡수확을 보면 평균 1천8백만섬을 기록했었다.
10년 남짓 동안에 1천2백만섬이 넘는 증수가 가능했다는 이야기다. 모두가 「기적적인 일」들이다.
문제는 수확의 증감에 있지 않고 통계의 증감에 있는 것이나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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