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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프랑스와 '찰떡 동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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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러시아 소치에서 겨울올림픽이 한창인 가운데 미국 대통령과 프랑스 대통령이 만났다. 올림픽 개막식에 불참한 두 사람은 보란 듯 워싱턴에서 찰떡 동맹 외교를 선보였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 맞이는 극진했다. 10일 오후(현지시간) 올랑드 대통령을 앤드루 공군기지에서 직접 영접했다. 그러곤 에어포스원(미 대통령 전용기)에 동승해 워싱턴에서 200㎞ 떨어진 토머스 제퍼슨 전 대통령의 생가를 찾았다. 생가인 몬티첼로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전용기에서 내려 생가로 가는 길에는 대통령 리무진 ‘비스트’가 동원됐다. 미국의 독립선언문을 기초한 3대 대통령 제퍼슨은 1785~1789년 초대 프랑스 대사를 지냈다. 제퍼슨 생가를 방문하는 아이디어는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냈다고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생가에 도착한 뒤 “이곳 몬티첼로는 프랑스를 사랑하는 제퍼슨 전 대통령의 집”이라며 “200여 년 전 시작된 미국과 프랑스의 우정은 지금도 불변”이라고 말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제퍼슨과 라파예트(미국 독립전쟁에도 참전한 프랑스 군인이자 정치가) 시대에 그랬던 것처럼 우리의 우정은 앞으로도 영원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제퍼슨이 나폴레옹으로부터 비록 루이지애나를 싸게 구입했지만 우리는 더 이상 요구하지 않는다”는 농을 던졌다. 제퍼슨 전 대통령은 1803년 의회 반대를 무릅쓰고 프랑스령이었던 루이지애나를 당시 1500만 달러라는 ‘헐값’에 사들였다.

 오바마 대통령의 환대는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워싱턴포스트의 10일자 오피니언 면에는 오바마·올랑드 공동 명의로 ‘미국과 프랑스의 새로워진 동맹’이라는 기고문이 실렸다. 이 기고문은 프랑스 일간지 르피가로에도 실렸다. 두 사람은 기고문에서 “프랑스 군과 아프리카 연합군이 현재 아프리카 말리에서 미국의 지원을 받아 알카에다 연계 단체를 소탕하고 있다”고 했다.

 올랑드 대통령의 미국 방문은 1996년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 이후 프랑스 대통령으로선 18년 만의 국빈 방문이다. 격식이나 의전을 싫어하는 오바마 대통령은 국빈 방문에 인색하다. 취임 후 지금까지 국빈 방문을 허용한 게 이번이 여섯 번째다.

 오바마 대통령이 올랑드 대통령을 환대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백악관은 요즘 미국의 최대 우방으로 전통의 우방인 영국 대신 프랑스를 꼽고 있다.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카다피 전 리비아 국가원수 축출에서부터 시리아 문제, 이란 핵 문제 등 주요 사안마다 프랑스는 미국의 친구 자리를 지켰다”고 말했다. 시리아 공습이 검토될 당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의회의 반대로 소극적이었던 반면 프랑스는 미국과 보조를 맞췄다. 에드워드 스노든이 미 국가안보국(NSA) 도청 활동을 폭로하자 영국과 독일 정부는 미국을 상대로 강도 높은 비판을 했지만 프랑스는 큰 문제를 삼지 않았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과 프랑스의 동맹은 역대 최고 수준”이라며 “중도 좌파인 올랑드는 중도 우파인 전임 니콜라 사르코지와 달리 이념적으로도 오바마 대통령과 가깝다”고 평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과 올랑드 대통령 간의 밀월 외교에도 그늘은 있다. 올랑드 대통령의 스캔들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국빈 방문이 결정됐을 당시 올랑드 대통령은 동거녀 트리에르바일레르와 함께 백악관을 찾기로 돼 있었다. 그런 올랑드 대통령은 지난달 여배우 쥘리 가예와의 외도가 탄로나자 트리에르바일레르와 결별을 선언했다. 당연히 이날 워싱턴을 찾은 올랑드 대통령은 혼자였다. 국빈 만찬을 준비하는 백악관 의전팀은 트리에르바일레르의 이름이 적힌 초대장을 수정하는 소동도 빚었다.

워싱턴=박승희 특파원

사진 설명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10일(현지시간)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함께 에어포스원을 탈 채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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