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일본 대사관>
박한 한일 관계의 소용돌이 속에서 주한 일본 대사관은 24시간 숨가쁜 외교전을 치러내고 있다.
밖으로는 「데모」 군중의 노호, 안으로는 한국의 「타프」한 교섭 자세 때문에 「우시로꾸」 (후궁호낭) 대사 이하 30여명의 일본 외교관은 모두 비상 근무 태세에 돌입해 있다.
지난 65년 개설한 이래 가장 긴장된 분위기가 서울 종로구 중학동에 있는 대사관을 짓누르고 있는 상태.
5층 건물의 옥상엔 일장기가 나부끼고 있으나 대사관 골목엔 기동 경찰대가 4, 5백명 포진, 「바리케이드」를 3중으로 쳐놓아 한국인·일본인을 막론하고 일체 출입이 금지되어 있다.
출입이 가능한 사람은 대사관 직원과 주한 일본 신문 특파원. 그래서 주한 일본인들도 전화로만 대사관과 접촉할 수 있다.
하루 평균 1만5천여명에 이르는 「데모」대의 파상 공세에 밀려 영사 업무·여권「비자」 발급 업무도 「올·스톱」 되어 있다.
지난 6일엔 「데모」 군중들이 건물 안에 침입, 기물을 부순 일도 있지만 요즘도 하루에 수십통씩 『대사관 건물을 폭파하겠다』『그냥 놓아두지 않겠다…』는 등 협박 전화가 걸려 온다는 것.
전에는 대사관 직원들이 외식을 주문해 먹기도 했고 밖에 나가 점심을 하기도 했으나 비상 근무령이 내려진 후로는 모두 도시락을 지참, 퇴근을 할 때는 경찰관으로부터 「안전 시간」을 통고 받아 「데모」대가 없는 때를 골라 귀가하고-.
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교섭 때 「시이나」 (추명열삼낭) 외상 밑에서 「아시아」 국장을 역임한 「우시로꾸」 대사는 한국을 많이 아는 편이지만 「8·15」사건 후 한일 관계가 악화되면서 곤혹스런 일과를 보내고 있다.
밤늦도록 본국 정부와 정무 연락을 하고 훈령을 받으며 때로는 심야 회담 등으로 상오 1시 넘어 삼청동 공관으로 돌아갈 때가 허다하다.
지난달 30일에는 박 대통령에게 불려 올라가 『8·15 저격 사건 뒤처리에 일본이 성의를 보이지 않으면 한일 우호 관계의 유지가 곤란하다』는 경고를 받고 대사관에 들아오자 자기방엔 들르지도 않고 무전실로 올라가 직접 「기무라」 외상에게 긴급 타전.
평상시는 주 1회 공사·참사관·일등 서기관 등 대사 관원 전부가 모인 정례 회의를 하지만 요즘은 구수 회의가 잦아진 대신 관원 전부가 모이는 회의는 뜸해진 편. 그는 요즘은 밖에서 사사로이 사람을 일체 만나지 않고 「파티」에도 나가지 않고 있다. 「우시로꾸」 대사는 주한 일본 기자와의 회견을 평상시는 1주일에 1회씩 간담회 형식으로 해왔다.
그러나 「다나까」 (전중) 친서 문안 교섭이 본격화 되면서 하루 2∼3차례씩 만나 「브리핑」을 해주고 질문에 답변해 수시 접촉이 이루어지고 있고 최근에는 11개사의 일본 기자들이 대사관에서 상근하고 있는 실정.
「우시로꾸」 대사가 경호원을 데리고 다니는 것도 평상시에는 없던 일이다. 일본 대사관은 한국에 장기 체류하는 일본인으로 구성된 재한 일본인회와도 수시로 연락하여 서울에 있는 일본인들에게 언행을 조심할 것 등 요주의 사항을 주지시키고 있다.
재한 일본인들에게는 ▲연락망을 만들어 수시로 대사관과 연락할 것 ▲가급적 외식을 금할 것 ▲상사·일본인 회원들은 정기적 회합을 가질 것 ▲피해가 있으면 즉각 대사관에 연락할 것 등이 고지되어 있다. 이런 예방 활동은 전국적으로 격화되고 있는 한국민의 반일 운동에 대한 대응책으로 나온것.
지난 72년2윌18일 부임한 「우시로꾸」대사는 작년 8월 김대중씨 피납 사건으로 인한 한일 교섭, 지난 4월엔 「민청련 사건」에 관련돼 구속된 2명의 일본인 석방을 위한 대 한국 절충, 「8·15사건」 뒤처리를 위한 절충 등으로 계속 「고역」을 치르고 있다. <이제훈 기자>이제훈>주한>
한·일 격랑 1주일|양국 대사관의 24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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