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책가방, 어린 자녀 척추 슬금슬금 휘게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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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봄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2007년생 황금돼지띠 아동은 총 49만3189명. 전년(44만8153명)보다 10%나 많다. 60년만에 한 번 찾아온다는 황금돼지의 해에 출산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애지중지하게 키운 만큼 첫 입학하는 아이에게 아이의 평생을 책임질 ‘척추건강’을 선물해주는 건 어떨까.

정심교 기자

학생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게 책가방이다. 초·중·고 12년간 어깨에 짊어지고 살아야 한다. 알게 모르게 아이 척추를 망가뜨릴 수 있는 것도 책가방이다.

책가방 무게는 체중 10% 넘지 말아야

우선 신경써야 할 점은 책가방 무게다. 책가방 무게는 체중의 10%를 넘지 말아야 척추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 가령 체중이 20㎏인 아이는 최대 2㎏까지 짊어매도록 한다. 어깨가 무거우면 몸이 뒤로 젖혀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일부러 몸을 수그리는 자세를 오래 취하는데 이때 척추가 변형될 수 있다. 양쪽 어깨 끈 길이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 어느 한쪽으로 무게가 지나치게 실릴 때 반대쪽 척추가 휘어지면 ‘척추측만증’이, 한쪽 부위만 발달하면 ‘부정렬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다.

척추 휜 각도따라 치료법 달라

척추측만증은 척추가 곧게 뻗지 않고 C 또는 S자 형태로 휘어진 상태를 말한다. 척추측만증으로 척추가 변형되면 똑바로 섰을 때 골반 및 어깨 좌우 높이가 달라지거나 몸의 균형이 한쪽으로 치우친다. 척추측만증은 외형의 변형 외에는 별다른 통증이나 증상이 없다. 이 때문에 치료시기를 놓치기 쉬운데, 이는 아이 성장을 방해할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디스크·척추질환·관절통 등의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척추측만증이 진행됐다면 초기에 자세를 교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방학은 아이의 휘어진 척추를 교정하기에 가장 적절한 시기다. 부민병원 척추센터는 아이의 척추 골격상태와 측만증 검사를 통해 상태를 점검하고, 이에 따른 자세 교정 및 재활 치료를 실시하고 있다. 척추측만증 치료법은 척추가 휜 정도에 따라 달리 적용한다.

휜 각도가 20도 미만이면 큰 치료 없이 방사선 촬영만 하면 된다. 휜 각도가 20~40도면 보조기를 착용해 척추가 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보조기 착용 후에도 척추측만증이 진행되거나 성장이 끝났는데도 척추가 50~60도로 휘었을 경우, 10대 청소년인데 척추가 40도 이상 휘었을 경우에는 수술 치료가 필요하다.

한쪽으로 무게가 쏠리는 가방을 오래 메다 보면 부정렬증후군이 발병할 수 있다. 어깨 끈이 하나인 가방이나 가방 안 물건의 균형이 맞지 않아 신체가 한쪽으로 힘이 가해지면 척추가 비틀어져 자세 불균형을 가져올 수 있다. 아이의 양다리 길이가 다르거나 신발 뒤축이 닳는 정도가 좌우 측이 다르면 부정렬증후군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부민병원 척추센터 임양선 과장은 “아이의 뼈는 성인보다 유연해 자세·습관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며 “아이가 허리 통증을 호소하고 어깨·골반의 균형이 맞지 않다면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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