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 내세운 "영국 맨손경찰"…피살당해도 각오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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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총을 차느냐, 그대로 맨주먹으로 남아 있느냐. 경관피살 따위의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고개를 드는 이와 같은 논의는 이번에도 꽤 이곳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이번」이라는건 지난 7월5일 「런던」교외 「카타람」이란 마을에서 검문중인 경관이 느닷없이 들이댄 폭한의 총에 맞아 졸지에 희생된 사건을 두고 하는 얘기다.
죽은 「스코필드」순경이 총기는커녕 곤봉하나 없는 맨손이었음은 물론이다. 그건 영국경찰전체를 통해 마찬가지다. 모두가 빈손들이다. 서「유럽」속에서도 방망이 하나 안 찬 비무장경찰이란 여길 빼놓곤 아주 드물다.
그래 놓이니 무장한 폭한을 만나는 날이면 경찰은 십중팔구 상하게 마련이다. 여기서 「당한다」는 것은 「죽는다」는 말이다.
어찌 보면 공감치 못한 얘기다. 사실 폭한 측에선 이럴 수도 있다-사형은 폐지됐것다, 경찰은 맨손이것다, 급한 판에 에라 한방 쏴놓고 보자.
『그게 어찌될 말이냐』는 게 사형제 환원·경찰 무장화 등을 주장하는 강경파들의 질문이자·호소다. 일리가 없지 않다. 글쎄 폭력을 어떻게 빈손이나 자비만으로 다스린단 말이냐!
그러나 이번에도 그들의 주장이 통할 가능성이란 아주 적다. 정부당국이 경찰무장을 한결같이 거부하는 까닭을 한마디로 간추린다면 「이열로 치열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이열로 가열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다. 경찰이 무장을 하면 범죄가 한결 더 폭력화 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한마디 더 붙이면, 총기란 아닌 게 아니라 보기에 유쾌한 것도, 남 보기 자랑스런 것도 아니E. 그래서 경찰을 맨손으로 두는 게 바람직하다는 결론이다.
그러면 경찰의 희생은 어찌할 것인가? 이에 대한 관계관료들의 대답은 이럴는지 모른다. 『아따, 「봉사」하겠다고 들어 왔으면 그만한 희생쯤은 각오해야 할게 아니냐』고. <박중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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