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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이 노인 돌볼 것 … 정부에 떼쓰기 안 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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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우리는 ‘이것저것 해달라’고 떼쓰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대한노인회 이심(74·사진) 회장은 ‘뉴실버’를 강조한다. 9일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에서다. 그는 7일 18대 노인회장 선거에서 대의원 269명 중 166명의 낙점을 받았다. 역대 최고의 득표율(61.7%)이다. 안동선(4선)·김호일(3선)·김성순(2선+구청장 두 차례)씨 등 전직 국회의원 3명은 101표를 얻었다. 이 회장은 대한무역진흥공사·에스콰이아 근무, 공인중개사협회장·잡지협회장, 노년시대신문 발행인 등의 경력을 갖고 있다. 정치인 후보들에 이력이 비할 바가 못 된다. 정치인들을 꺾은 저력은 ‘새로운 노인상(像) 확립’ 철학에 있다. 이 회장은 “이제 노인이 대접받는 사람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어른이 돼야 한다”고 말한다.

합이 9선인 전직 의원 3명 꺾고 당선

 이번처럼 거물급 정치인들이 노인회장 자리를 넘본 경우는 흔치 않다.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노인이 전체 인구의 12%를 차지하면서 이들의 영향력이 커졌다는 방증이다. 노인회는 올해 노인 취업·봉사 사업 등에 140억원의 정부 예산을 지원받는다. 1969년 설립됐으며 전국 244개 시·군·구 노인회에 260만 명 회원을 거느리고 있다. 다음은 이 회장과의 문답.

 -정치인 세 명의 도전을 물리친 저력이 뭔가.

 “정치인들은 노인회에 와서 권위를 세우려고 한다. 지회장 판공비를 올려주고, 사무국장을 대우해 주겠다는 식이다. 노인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는 거다. 노인은 사회에 봉사하고, 책임지고 싶어 한다. 나는 지난 임기 때 매년 5만㎞를 다니며 회원들과 같이 호흡하며 새로운 노인상 확립을 강조했다.”

 -‘뉴실버’에 대해 설명해달라.

 “나이가 들었다고 대접만 받아서는 안 된다. 천안함 폭침 때 성금 모금,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 서명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고 노력한다. 지난해 시범사업으로 실시한 ‘노(老)-노(老) 케어’도 그 일환이다.”

"경로당 6만2000개 활용 노-노 케어”

 -‘노-노 케어’가 뭔가.

 “경로당(전국 6만2000여 개)을 활용해서 건강한 노인이 아픈 노인을 돌보는 것이다. 혼자 살면서 밥도 잘 안 먹고 집 안에만 틀어박혀 지내는 노인을 경로당에 나오게 해서 밥도 주고, 말벗도 돼 준다. 지난해 시범사업을 했는데 만족도가 높았다. 정부가 이걸 보고 올해 103억원을 지원한다.”

 이 회장은 지난해 소득 하위 70%에게만 기초연금을 지원하되 소득에 따라 차등화하자고 제안했는데, 이 역시 사회적 책임의 일환이었다고 설명한다. 이 회장은 “우리가 아니면 누가 나라 곳간을 걱정하겠느냐”고 말한다.

 -여야가 기초연금 방안을 두고 대립하고 있는데.

 “야당은 현 정부의 공약(모든 노인에게 20만원 지급) 준수를 주장하다 노인 70%로 낮춘 걸로 안다. 야당에서 양보했으니 이번엔 여당이 야당의 ‘국민연금 연계 불가’ 주장을 받아들여 체면을 살려줘야 한다고 본다.”

 -노인복지청 설립을 공약했는데.

 “복지부 노인정책 담당 공무원이 42명이다. 그걸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복지전달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예산이 허투루 쓰인다.”

장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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