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기를 자제로 식힌 단상단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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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3차 강행·연기 맞서 소동|"전 국민이 주시"란 호소도>
○…22일 하오 신민당 전당대회는 2차 투표결과 여전히 과반수 득표자가 없음이 밝혀지자 김영삼씨 측은 즉시 결선투표에 들어갈 것을 주장했고, 김의택씨 측은 23일로 미룰 것을 주장. 이충환 전당대회 의장이 하오 5시 25분 개표결과를 발표하면서 『3차 결선투표에 들어갈 것을 선포하는 수밖에 없다』면서 사회봉을 두드리자 박수와 반대 고함소리가 함께 터졌다.
신도환씨계 청년당원 30여명이 단상에 뛰어올라 이 의장에게 삿대질을 하며 『내일로 연기하라』고 윽박질렀고, 한 대의원이 『신민당이 너희 당이냐』고 소리치자 청년당원들은 『그럼 신민당이 너희 당이냐』면서 격돌.
이 동안 채문식 대변인은 「마이크」를 잡고 『전 국민이 이 순간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질서를 회복하라』고 호소했다. 신도환 사무총장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극장측과의 계약이 하오 5시까지로 되어있고 8시부터 저녁공연이 있어 밖에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우리가 고집부린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라고 주장.
극장측도 저녁공연이 있다고 신 총장의 말을 뒷받침했으나 김영삼씨측 조사로는 이날저녁 아무 「프로」도 없음이 밝혀졌다는 것.
의자에 앉은 채 이리저리 밀쳐지던 이 의장이 『양측간에 원만히 타협해달라』면서 정회를 선포하고 하단. 김의택씨 측의 박찬 의원·박철용 조직국장 등이 이 의장에게 다가가 『빨리 결단을 내리라』고 다그쳤고, 김영삼씨를 지지하고 나선 이중재 의원은 연기를 종용하는 박 국장에게 『이미 선포한 이상 안돼. 그러다간 당 깨져』라고 완강한 자세.

<"표 적다고 방해는 안될 말"|김영삼씨, 김의택씨와 담판
○…약 40분만인 6시 10분쯤 이 의장이 다시 올라가 『양쪽에서 한사람씩 대표를 내어 타협 지어달라』고 요구하고 또다시 정회를 선포. 뒤이어 김영삼씨가 김의택씨에게 다가가 담판-.
△김영삼=어떻게 했으면 좋겠는가.
△김의택=처음 결선투표를 선포했을 때 그대로 진행했더라면 벌써 끝나갈텐데, 반대하는 대의원들이 있으니 소란한 상태에서 어떻게 강행하겠는가.
△김영삼=서로 자제하여 원만히 진행시키면 되지 않는가. 표가 적다고 해서 대회를 방해하는 것은 민주야당에 불행한 일이다.

<김의택씨 사퇴결심 모르고 김영삼씨, 내일 표 대결 선언>
○…6시 45분께 회의가 속개되고 김영삼씨가 등단, 약 5분간 격앙된 어조로 신상발언을 했다.
『나 당수 안해도 좋다. 고흥문씨와 표 많은 사람에게 승복하기로 각서도 썼었다. 내일 이 자리에서 대회를 다시 갖기로 눈물을 머금고 결단내렸다. 이것이 당을 살리고 아끼는 길이요, 민주주의를 살리는 길이라 생각한다. 내일 아침까지 어떤 유혹과 박해가 있더라도 잘 견디어 내일 이 자리에서 다시 만나자.』
김의택씨의 사퇴결심을 모르고 김영삼씨는 다시 표 대결할 각오를 밝혔던 것.
그러나 뒤이어 올라간 김의택씨는 사퇴를 표명했다.
이에 앞서 승산이 없음을 판단한 신도환 이민우씨는 김의택 후보와 복도로 나와 함께 김씨의 후보사퇴를 종용, 이 자리에서 김의택씨는 사퇴결심을 굳히고 들어와 신상발언을 신청했다.

<김대중씨 출국실현 공약|김영삼씨, 지지표 더 얻어>
○…1차 투표가 끝난 뒤 김대중씨 지지세력은 김영삼씨 측으로부터 각서를 받고 지지를 약속.
김영삼계의 최형우 의원과 김대중계의 정재인씨(전 포천-가평-연천 지구당 위원장)간에 협상, 『당수직을 걸고 ⓛ김대중씨의 출국을 실현한다. ②김대중씨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한다. ③안양교도소에 수감중인 전 의원들의 석방을 추진한다. ④당직안배는 김영삼씨의 양식에 맡긴다』는 각서에 최 의원이 김영삼씨를 대리하여 서명, 수교한 것.
정씨는 1차 투표에서 나온 무효표 46표 중 「김대중」이라고 써넣고 옆에 붓뚜껑을 찍은 30여표를 포함 46표가 김대중씨에 대한 사모표라고 했다.

<당권경쟁과정의 대립 씻고 4후보, 협조하기로 다짐>
○…김의택씨의 사퇴로 결선 투표없이 당수로 확정된 김영삼씨는 22일 밤과 23일 아침 4명의 당권 경합자를 방문, 앞으로의 협조를 구했다.
22일 밤에는 정해영 고흥문 이철승씨를 찾고, 23일 아침 김의택씨를 방문했는데 서로 경쟁과정의 대립을 씻고 협조하기로 다짐했다는 것.
김 당수에게는 축하와 격려전화가 밤늦도록, 새벽부터 줄을 이었는데 끝까지 반대편에 섰던 이민우 총무와 신도환 사무총장에게서도 축하전화가 왔다.
한편 참패를 한 이철승씨 측은 23일 아침 N「호텔」에 모여 패인을 분석했는데 한 참석자는 『도대체 의원만 14명인데 어째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 모를 일』이라고 고개를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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