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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관리·감시 하에 남북한 자유총선-박 대통령 경축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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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우리는 오늘을 단순한 의식으로서가 아니라 해방의 기쁨을 통일의 기쁨으로 승화시키려는 결의와 민족중흥의 역사를 이룩하고야 말겠다는 맹서의 제전으로 맞이해야 한다는 것을 다짐해야 하겠다. 지난날의 역사를 회상해 볼 때, 우리가 해방과 함께 통일의 깃발을 높이 들 수 있는 기회가 전혀 없었더냐 하면 결코 그렇지는 않았다.
1945년12월에 만일 북한공산주의자들이 자주독립을 열망하는 우리와 뜻을 같이하여 「모스크바」3상회의의 신탁통치 안을 거족적으로 반대하였던들, 우리는 그때 이미 통일의 기반을 구축할 수 있었을 것이다. 뒤이어 1947년11월 「유엔」총회는 신탁통치를 반대하는 우리민족의 의사를 존중하여 「유엔」감시하의 남북총선거실시를 건의하고 선거의 감시임무를 맡을 임시위원단까지 파견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그때에도 북한 공산주의자들은 또다시 이를 거부함으로써 총선거에 의하여 통일정부를 수립할 수 있었던 최초의 기회를 무참히도 봉쇄하고 말았다. 그리하여 그들은 국토와 민족을 양단 하는 반민족적 만행을 서슴지 않고 저질렀던 것이다.
휴전성립 후 1954년에 있었던 「제네바」정치회담에서 북한 공산주의자들은 우리가 제의한 민주적 절차에 의한 평화적 통일방안을 거부함으로써 조국통일의 기회를 또다시 짓밟고 말았다. 나는 1970년 광복절에 북한에 대해 무력적화 통일노선을 포기하고 서로 발전과 번영을 위한 평화적 노력을 다하자고 촉구하는 8·15선언을 발표했던 것이다. 나는 작년6월23일 평화통일의 대전제인 항구적인 평화를 이 땅에 정착시키고 평화통일의 실질적인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평화통일외교정책을 내외에 선언하였다. 이와같은 우리의 꾸준한 평화노력에 대하여 북한 공산주의자들은 오히려 남북대화를 갑자기 일방적으로 중단시키고 우리에 대한 터무니없는 비방 중상을 더욱 노골화하였다.
또한 그들은 우리의 서해 오도수성과 휴전선 근처에서 각종 군사적 도발행위를 격화시켰다. 이러한 긴장 고조의 위기 속에서 나는 어떻게 해서든지 남북간의 전쟁재발을 막기 위해 금년초에는 북한측에 대하여 남북상호불가침협정의 체결을 제의하기까지 했던 것이다.
그러나 북한공산주의자들은 우리의 불가침협정 제의마저 외면하고, 최근에는 서해와 동해 공해상에서 우리 어선을 격침·나포하고 경찰경비정을 격침하는 등 비인도적이고 불법적인 만행을 계속 자행해오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대한민국이 북한의 집요한 침략적 도발 속에서도 줄기찬 평화노력을 계속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우리 국민이 총화 단결하여 세계에서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국력의 고도성장을 지속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국토의·모습과 국민의 마음은 새마을운동으로 더욱 새롭고 희망차게 변모해 가고있으며 수출입국의 파도는 이제 5대양으로 힘차게 굽이쳐 나가고 있다.
또한 중화학공업 건설의 우렁찬 발걸음은 약진하는 대한민국의 맥박이 되어 세계에 메아리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는 유류파동과 자원 난으로 야기된 작금의 세계적 경제 불황에 슬기롭게 대처하면서 경제성장에 계속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나는 오늘 이 뜻깊은 자리를 빌어 조국통일은 반드시 평화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면서 우리가 지금까지 성실하게 추구해온 평화통일의 기본원칙을 명백히 천명하고자한다.
평화통일을 위한 우리의 기본원칙은,
첫째,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이를 위하여 남북은 상호 불가침협정을 체결하여야한다.
둘째, 남북간에 상호 문호를 개방하고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이를 위하여 남북대화를 성실히 진행시켜야 하며 다각적인 교류와 협력이 이루어져야한다.
셋째, 이 바탕 위에서 공정한 선거관리와 감시 하에 토착인구비례에 의한 남북한 자유 총선거를 실시하여 통일을 이룩한다.
만일 북한공산주의자들이 우리의 6·23평화통일 외교정책과 불가침협정 체결제의를 끝내 거부한다면, 그것은 그들이 외치는 통일이 평화통일이 아니라 무력통일에 지나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 만천하에 드러내는 것이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겨레의 생명을 영원토록 가꾸어 나갈 우리 대한민국의 지상목표는 다름 아닌 조국통일과 민족중흥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유구한 민족사의 전개 속에서 이 지상목표를 이룩해 나가기 위해 다같이 민족중흥의 이상주의자가 되어야 한다.
내가 말하는 이 민족중흥의 이상주의자란 결코 환상에 사로잡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주어진 현실을 직시하고 그 속에서 긍정적 요소를 적극 개발하여 그것을 민족사 창조의 원동력으로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인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민족중흥의 이상주의자란 다른 일방 착실한 현실주의자이기도 한 것이다. 따라서 나는 우리 모두가 민족중흥의 이상주의자인 동시에 또한 착실한 국력배양의 현실주의자가 되어야 간다는 것을 강조해 두고자 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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