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대통령의 취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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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리처드·닉슨」대통령이 사임하고 「제럴드·R·포드」부통령이 미국의 제38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1969년1월에 출범한 「닉슨」「애그뉴」의 공화당행정부는 이로써 정·부통령이 다같이 불명예스럽게 임기 전에 사임해야 하는 미국 2백년 사에 전례없는 불행의 끝장을 맺었다.
「닉슨」대통령이 스스로 「과오」를 시인하고 최고의 권좌에서 야인으로 퇴장하는 용단에 동정을 금할 수 없는 것이지만 그의 사임 성명에서 밝힌 바와 같이 그렇게 하는 것이 미국의 이익에 이바지하는 길이었고 또 정치인다운 퇴장이었다.
그의 「과오」는 그 자신만의 과오가 아니라 광고 효과와 인위적 「이미지」조성술을 국정에 도입하고, 과잉충성과 과열 공노경쟁을 일삼던 정치 풋내기 보좌관들에 더 큰 실임이 있었다고 할 것이다.
하찮은 「3류급 절도사건」이 표현된 민주당본부 칩입 도청사건은 범법이기 전에 미국의 정치도덕에서 벗어나는 소행이었고, 그것을 은폐하려는 과정에서 국민의 신임과 의회 안의 지지기반을 잃었었다. 「에이브러햄·링컨」대통령은 『국민의 신뢰를 한번 잃으면 다시 한번 국민의 존중과 경복을 되찾을 수는 없다』고 말했었다.
미국인은 그들이 뽑은 정·부통령을 잃었지만 공과를 분별하여 사임을 몰고 온 법치와 여론의 위력을 자랑스럽게 생각할 것이며, 또 최고지도자의 권력이 아무런 동요와 충격파 없이 후임자에게 이양 승계 되는 제도적 안정 장치와 그 탁월성에 위안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우방인 미국의 대통령의 취임에 즈음하여 신임대통령의 외교정책 특히 안보정책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닉슨」대통령은 개인적인 과오는 있었다 하더라도 외교에서의 업적을 높이 평가받아야 할 것이다. 그는 간헐적인 국지적 열전이 점철된 팽팽한 동서긴장과 대결상태를 완화하고 협조를 통한 해빙의 틀을 잡아 놓았다.
세계사에 「평화구축의 대통령」으로 기록되는 것을 최대 최고의 영예로 생각한다고 한 「닉슨」대통령은 핵무기 전쟁의 공포를 줄이고 전 인류를 위한 「평화의 세대」실현을 위해 전력한 것은 무엇보다 후세에 길이 남을 공으로 인정해야할 것이다. 그는 사임 성명에서 바로 평화추구의 계속을 후임자에게 당부하였고 신임 「포드」대통령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평화를 추구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하여 「닉슨」이 「키신저」외교의 대본에 큰 변동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포드」대통령의 대한 정책에 관해서는 최근 미국을 방문한 일본3개 정당 국회의원들에게 표명한 입장에서 규정할 수 있다 하겠다. 그는 미국의 대한 경제·군사원조 정책에 수정을 가하도록 요청한 철없는 일본의원들의 권고를 일축하고 한국의 정치적 독립·경제적 자립·균형적 자위력 강화는 동북아의 안보를 위해 중요하며, 따라서 미국의 대한 군사·경제 지원의 계속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포드」대통령의 이러한 대한 정책관에 변함이 없고 한·미의 전통적인 유대가 더욱 굳건할 것을 믿어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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