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임명 때부터 예고됐던 윤진숙 장관 낙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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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이 경질됐다. 이 정권 들어 인사청문 과정의 낙마는 여럿 있었지만 임명된 후 부적절한 언행으로 하차한 장관은 처음이다. 윤 장관의 경질은 정권 인사 파행의 그림자가 아직 남아있음을 보여준다. 그의 파행과 낙마는 9개월 전에 예고된 것이다. 인사청문 과정에서 그의 자질 부족이 드러나자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반대가 있었다. 당시 중앙일보 사설은 ‘윤 장관 임명은 도박’이라고 주장했다. 여론과 달리 대통령은 “지켜봐 달라”며 강행했다.

 모든 부처가 중요하지만 해양수산부는 더욱 그러하다. 한반도 주변 바다는 한·중·일 국익의 각축장이 됐다. 그래서 해수부를 5년 만에 부활했던 것 아닌가. 해수부 장관은 이런 환경에 대처하면서 수많은 직원과 관련 단체를 통솔할 수 있는 리더십을 갖춘 인물이어야 한다. 그런데 윤 장관은 리더에 어울리지 않는 미숙한 언행으로 여야 의원들의 지적을 받았다. 상당수 국민 사이에선 윤 장관이 앞으로 정권의 이미지를 희화화하는 데 ‘기여’할 가능성이 있음을 우려했다. 그런 우려는 현실로 드러났다.

 윤 장관이 여수 앞바다 기름유출 사건과 관련해서 보여준 언행은 장관이 가져야 할 진중함과 거리가 먼 것이다.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대한 현오석 경제부총리의 부주의한 발언이 있었던 터라 국민의 불신과 실망은 더했다. 하지만 이런 단편적인 언행보다 중요한 것은 본질적인 자질이다. 정권의 고위 조직책임자들은 아랫사람으로부터 무시를 당하는 대상이 돼선 안 된다. 지휘관이 무시당하면 조직은 굴러가지 않는다.

 정권 내 다소 공개적인 공간에서 윤 장관의 자질이 검토되었더라면 이런 인사 파동은 없었을 것이다. 윤 장관이 임명된 과정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소동을 교훈 삼아 정권 내부적으로 확실한 인사 시스템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인사에 보안이 필요한 측면이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지나친 보안이 심각한 부작용을 부를 수 있다는 걸 이번 사태는 보여준다. 보안과 검증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을 찾는 게 인사의 기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