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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0명 입이 찾아낸 숨은 맛집 359곳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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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방방곡곡 숨은 맛집 정보를 모아 책으로 펴낸 대한지적공사(LX) 직원들이 책자에 소개된 전북 전주시 경원동 ‘왱이집’에서 콩나물국밥을 먹고 있다. [프리랜서 오종찬]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는 자칭 ‘대동여지도를 만든 고산자 김정호의 후예’ 3500명이 전국의 숨은 맛집 정보를 집대성해 공개했다. 대한지적공사(LX)가 최근 발간한 책 『땅 이야기 맛 이야기』(사진)를 통해서다.

 LX는 집과 토지의 경계를 측량해 땅의 호적(지적)을 정리하는 일을 하는 곳. 전국 186개 지사 4000여 명의 직원 중 3500여 명이 업무상 방방곡곡을 누빈다. 1977년부터 그랬으니 올해로 만 37년이다. 그동안 수많은 맛집 정보가 직원 개개인의 머릿속에 쌓였다.

 지난해 1월 이런 ‘맛집 지식’에 대한 공유가 시작됐다. 사내 전산망에 맛집 사진과 소개를 올리도록 한 것. 직원회의에서 “맛집에서 식사할 수 있으면 현장 작업이 즐거워지니 정보를 공유하자”는 제안이 나온 데 따른 것이었다. 정보가 충분히 모이면 책을 내자는 의견까지 당시 나왔다.

 1년 새 맛집 정보 수천 건이 올라왔다. 대부분 간판에 ‘○○○방송국에 나온 집’이란 표시가 없는 식당이었다. 대체로 출장을 가 끼니를 해결하는 식당들이어서 김치찌개·비빔밥·냉면·두부 같은 메뉴가 많았다. “평범한 메뉴로 비범한 맛을 내는 집들”(충북본부 최재광 과장)인 셈이다. 물론 일을 끝마치고 저녁 때 회식을 하기에 적절한 횟집·고깃집 등도 소개됐다.

LX 광주서부지사 황금팔(51) 과장은 “어딘가 갈 때마다 전산망 맛집 정보를 검색한다”며 “포털이나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앱) 추천 맛집은 아예 거들떠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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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많은 정보가 모여 책을 만들기에 충분한 정도가 됐다. 정작 이때가 되니 일부 반대도 있었다. “숨은 맛집이 이름 나면 음식 맛과 서비스가 떨어진다. 그냥 우리끼리만 알고 지내는 게 좋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정보는 공개가 대세”라는 의견이 다수여서 결국 책을 내게 됐다. 이를 위해 전산망에 올라온 맛집 정보를 재분류했다. 여러 직원이 복수 추천한 식당을 우선 골랐다. 전부 359개였다. 이를 다시 전국 지역본부에 보내 총 100곳을 추천받았다.

 359개 식당은 책 제일 뒤쪽에 명단만 실었고, 추천 받은 100개소는 사진·소개 글과 함께 주소·약도·연락처· 영업시간·주차가능 여부와 주요 메뉴 가격까지 수록했다. 책 내용 전부를 홈페이지(www.lx.or.kr)에도 올려놨다.

LX 김영표(61) 사장은 “시민들 누구나 원하는 정보를 제공하면 더 쉽고 가까이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을 『땅 이야기 맛 이야기』가 보여줬다”고 말했다.

권철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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