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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혹한 종말…비정의 현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비정의 사건은 최후까지 잔인하기만 했다. 2년여를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은 2명의 범인들이 처절한 모습으로 목숨을 끊은 것과 함께 27일 상오 이정수·최덕현씨의 시체를 발굴함으로써 또 한번 세상을 놀라게한 채 어이없게 해결을 보았다. 그러나 아버지가 쏜 총을 맞고 자는 듯 숨진 어린이들의 시체가 조심스럽게 안겨 나올 때 이를 지켜보던 많은 시민들은 엽기적인 강력 사건이 한순간에 해결됐다는 안도감보다는 살인 강도범들의 잔혹성에 몸을 떨었고 어린것들의 생명을 미처 구하지 못한 경찰의 미흡한 처사를 안타까와 했다.

<이정수씨 시체 발굴>
【수원=정연복·박준형 기자】이정수씨의 시체는 서울지검 수원지청 정창훈 검사의 지휘로 경찰 1백명, 주민 40여명이 27일 상 오8시부터 발굴에 나서 1시간만에 찾아냈다.
이씨의 암장 장소는 경부고속도로 기흥 주택단지「톨게이트」에서 관악「골프」장 쪽으로2km쯤 떨어진 영천 저수지 옆 야산 기슭. 10년생 소나무가 빽빽이 들어서 있어 평소 주민들의 왕래가 드물고 주말에는 낚시꾼 20여명이 찾아오는 정도.
이씨의 시체는 얼굴이 동남쪽으로 비스듬히 돌려진 채 하늘을 향해 반듯이 누워있었다.
주민 김홍규씨 (25·화성군 동탄면) 등 5명에 의해 머리부분부터 발견된 이씨는 왼손 새끼손가락에 5돈쭝짜리 금반지를 끼고 있었고 연미색 「잠바」로 얼굴이 가려졌고 썩은 「와이샤쓰」 왼쪽 주머니에는 신탄진 1갑이 들어있었다.
이씨는 하의와 양말을 신은 채 암매장 돼 있었으나 썩어 색깔을 분간키 어려웠다.
숨진 이씨는 왼쪽 어깨 부분에 길이 5m쯤의 유리 파편이 박혀 있었고 가슴 한가운데에 총탄이 관통한 것으로 보이는 구멍이 뚫려있었다.
숨진 이씨의 의복에는 신분증은 전혀 없었고 왼쪽 어금니 금이빨이 2개가 그대로 있었다.
이씨의 부인 정은실씨 (37)도 현장에 달려왔으며 이어 수원 도립병원 문병길 의사는 키가 1m67cm, 머리둘레 53cm라고 밝혔다.
이씨의 시체는 상오 10시40분 경기 7가1323호 「앰뷸런스」에 실려 수원 도립 병원을 향해 떠났다.

<최씨 시체 발굴>팔·다리 결박…전신에 타박상
【산청=강남주·김형배 기자】서울 1다5126호 「크라운」 운전사 최덕현씨 (44)의 시체는 27일 상오 8시15분쯤 경찰 및 예비군 합동 수색대에 의해 경남 산청군 신안면 신기리 속칭 새 고개 3m언덕 아래서 발견했다.
최씨 시체는 양팔이 파란색 전깃줄로 결박된 채 가슴 쪽으로 뉘어져 있었고 두 다리는 직경 5mm 가량의 고무로 묶여 있었다. 시체는 전신에 심한 타박상과 후두부 파열상을 입은 채 파묻혀 있었다.
시체 매장 장소에는 잔디가 덮여져 있었고 시체 위에 길이 70cm가량의 노송 한 그루를 심어 위장했다.
시체는 40cm정도 높이의 흙이 간신히 덮였을 뿐 평평하게 땅이 다듬어져 있었다.
최씨는 청색 T「샤쓰」에 화학 섬유로된 회색과 검정색 줄무늬가 있는 하의를 입고 자색여름 가죽 구두에 파란 양말을 신고 있었다.
앞뒤 주머니는 모두 밖으로 나와 뒤집혀 있었고 도장을 넣는 앞 오른쪽 새끼 주머니 속에는 본인의 도장 2개, 은박지에 싸인 「사리돈」 1알, 5백원짜리 1장, 1백원 짜리 동전 1개, 50원짜리 은전 1개, 10원짜리 동전 3개 등이 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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