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중지란의 「다나까 체제」|일 자민당 미끼·후꾸다 반기의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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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동경=박동순 특파원】「미끼」 자민당 부총재 사퇴에 의해 촉발된 정치 위기로 긴장도를 더해 가고 있는 일본의 정국은 금명간이 하나의 고비가 될 전망이다. 「다나까」 수상은「미끼」씨의 후임 환경청장관에 「미끼」파 인사를 전격적으로 선임, 사퇴의 파문을 최소화하려 애쓰고 있으며 자칫하면 그대로 진정될 기미마저 있다.
파문이 더 크고 넓게 번져 나가려면 새로운 돌을 던지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당장 유력한 가능성이 있는 투석자는 「후꾸다」장상. 그런 점에서 금명간에 표명될「후꾸다」장상의 거취는 일본 정국의 금후를 크게 가름하게 될 것이다.
「미끼」 부총재 사퇴는 단순히 보면 「다나까」·「오오히라」·「나까소네」·「미끼」 등 현 「다나까」내각의 존립 기반인 주류 4파 연합의 일각을 무너뜨린 데 불과하다.
그러나 「후꾸다」 장상마저 사퇴한다면 「오일·쇼크」를 계기로 「스타트」한 「다나까」 내각의 여당 체제가 무너져 「다나까」 내각은 참의원 선거 결과로 기세가 등등해진 야당에 더하여 유력한 당내 야당의 공세에 직면하게 될 우려가 있다. 그런데 이미 「미끼」씨의 행동에 지지를 표명하고 나선 이상 「후꾸다」 장상의 사퇴는 불가피하다는 것이 중론. 남은 것은 사퇴의 시기와 명분뿐이라는 이야기다.
「후꾸다」씨는 곧 당의 개혁이라는 명분을 들어 「다나까」 수상의 인책을 권고, 그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사퇴할 가능성이 유력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후꾸다」씨의 사퇴가 가져올 자민당의 상처의 크기이며 이점이 「후꾸다」씨의 「딜레머」다. 상처가 작으면「미끼」씨가 만든 상처를 좀더 크게 하는 정도로 그쳐 그대로 아물어 버릴 여지도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상처가 커지면 자민당 자체가 회복 불가능할 경우의 타격을 입을 우려가 있다. 특히 참의원의 여야 의석이 백중해져 크게 약화된 자민당의 체질로 봐서 「쇼크」요법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자칫하면 수상 자리를 노리는 파벌 차원의 도각 운동으로 오해받을 가능성도 있다. 설사 「미끼」-「후꾸다」파의 협력 체제가 조성되고 당 집행부 및 내각의 역량에 비판적인 중도파의 지지를 얻는다 해도 남은 주류3파와 비주류의 세력은 백중지세.
「다나까」 수상이 그대로 버틴다면 당을 깰 위험성을 무릅쓰는 과격한 방법에 의존치 않는 한 「다나까」 수상의 퇴진을 기대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온건한 권고에 그친다면 사실상 사분오열된 자민당이 과연 국민들의 누적된 불만과 이를 뒷받침하는 야당의 공세를 극복해 갈 수 있느냐가 문제다.
한가지 기대를 걸 수 있는 것은 장로 정치인과 재계 중진 「그룹」들이 갖는 조정 능력.
이들은 보수 진영의 위기의식 때문에 지나친 정면 대결과 분당의 위험스런 행동을 견제, 협력을 통한 당의 개편과 근대화를 유도해 가려 애쓰고 있다. 따라서 정세는 아직도 극히 유동적이며 금후의 정세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다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현재의 「다나까」 내각이 그 정상적 수명을 다하기는 극히 어려운 정세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서 벌써부터 내각과 자민당의 전면 개편을 들어 연내에 국회해산→선거를 통한 정계 개편이 있으리라는 관측이 일본 안에 널리 나돌고 있다. 【동경=박동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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