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방의 「커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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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송나라에 저공이란 사람이 있었다. 원숭이를 좋아하여 원숭이를 많이 기르고 있었다. 어느 날 그는 원숭이들에게 앞으로는 밤(율)을 아침에 셋, 저녁에 넷씩 주겠다고 말했다.
원숭이들은 모두 성을 냈다. 저공은 그러면 아침에 넷, 저녁에 셋씩 준다면 어떻겠느냐고 물었다. 원숭이들은 좋아했다. 이것이 조삼모사라는 속담의 출처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열자는 이 우화에 대해서 풀이하기를 『조삼모사나 조사모삼이나 실질은 같으면서도 원숭이들은 조삼엔 화를 내고, 조사엔 기뻐했다. 지자가 우자를 농락하는 것도 저공이 지로써 원숭이들을 농락한 것과 같다』고 했다.
분명 조삼이든 조사든 하루에 일곱 개씩 먹는 것은 같다. 그렇지만 조삼과 조사와는 엄청나게 다를 수도 있는 것이 현실세계이다.
먼저 배를 불려 놓고, 다음에 주리는 것과 주린 다음에 배를 불리는 것과는 다르다. 당장 확실한 아침에 먹어 놓는 것과 불확실한 저녁의 배부른 밥을 약속 받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이렇게 조삼과 조사가 다르다고 봐야 들어맞는 얘기가 있다. 앞으로 다방에서는 「커피」를 팔지 못하게 하고 그 대신 「커피·하우스」를 따로 만들어서 팔게 하겠다는게 바로 그것이다. 「커피」를 다방에서 팔든, 「커피·하우스」에서 팔든, 마시는 사람이 줄어들지 않으면 「커피」의 판매량에 변함이 있을 리가 없다.
그렇다면 「커피·하우스」를 만든다고 소비가 억제될 턱은 없어도 다방과 「커피·하우스」를 전혀 다른 것으로 만들겠다면 혹 얘기가 될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다방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은 「카피」이외에는 따로 마실만한 게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 기왕에 50원을 내고 마실 바에야 가장 재료비가 많이 드는, 그러니까 다방 쪽에 가장 이가 박한 「커피」를 마셔 두는 게 좋겠다 해서 「카피」만 찾는 짓궂은 사람들도 적지는 않다.
다방을 찾는 심리도 비슷하다. 기왕에 「커피」를 마실 바에야 되도록 아늑하고, 호화롭고, 또는 음악도 좋은 곳을 찾아가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서 다방을 찾고 다방을 고르게 된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인 것이다. 꼭 「커피」맛이 좋아서 다방을 고르는 것도 아니다.
미국을 다녀온 다음에 「사르트르」는 미국의 획일적인 기계문명에 대해서 매우 날카로운 비판을 한 일이 있었다. 그는 무엇보다도 어느 지방, 어느 식당에 가나 똑같은 미국의 「커피」맛이 역겨웠다. 마치 물을 마시듯 「드럭·스토어」의 한 구석에 서서 맛없는 「커피」를 들이켜는 미국사람들의 멋없는 생활이 그에게는 몹시 역겹게 보였던 것이다. 「사르트르」는 전혀 미식가는 아니다. 따라서 「커피」맛에 까다로운 편도 아니다. 다만 「칼티에·라탕」의 으슥한 다방, 아늑한 분위기에 젖어가며 「커피」를 마셔 오던 그에게는 그게 다시없이 살풍경으로만 보였던 게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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