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배 조폭 도피시킨 강력계 형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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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명수배 중인 폭력조직 장안파 조직원의 도피를 도와주고 강력반 사무실에서 현금 다발을 받았다. 이리중앙동파 조직원과는 한때 같은 집에서 살았다.'

'투 캅스' 같은 영화에나 나올 법한 일들이 실제로 벌어졌다. 장본인은 서울 용산경찰서 강력팀 조모(40) 경사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강해운)는 3일 장안파 행동대원 정모씨의 도피를 도와주고 이 과정에서 1600만원의 금품과 1000여만원 상당의 향응 접대를 받은 혐의(특가법상 알선수재, 범인도피 등)로 조 경사를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조 경사는 용산서에 근무하던 중 이리중앙동파 행동대원 A씨를 알게 됐다. 이후 2006년 6월부터 A씨와 한 집에 살면서 장안파 정씨 등과도 친하게 지냈다. 조 경사를 깍듯이 형님으로 모시며 접대한 정씨는 2007년께부터 각종 고소사건 처리, 노래방 단속무마 등의 청탁을 했다. 정씨가 사건 청탁과 관련해 금품을 받은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2008년 6월 초 용산서에서 지명수배됐지만 조 경사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같은 달 중순 수배 중인 정씨를 용산서 강력반 2층 사무실로 불렀다. 체포하는 대신 "우리 팀 회식을 한 번 해야 한다"고 말해 현금 500만원을 받았다. 이후 서울 이태원 등지에서 여러 차례 술접대를 받았다. 당시 조 경사는 정씨에게 "검문이나 음주에 걸리면 빨리 전화해라. 제주도가 검문이 심하지 않아 검거가 잘 안 된다"며 도피를 조언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 경사는 2010년 9월 제주도에 도피해 있던 정씨가 무릎인대를 다쳐 병원에 입원하자 다른 ‘조폭 동생’들과 위로 방문을 다녀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조 경사는 "정씨와 어울려 술을 마시고 제주도를 다녀온 건 사실이지만 수배 중인 줄은 몰랐다"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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