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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과 득표 전… 신민당권 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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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신민당이 임시 전당대회를 열기로 결정한 지난 5월13일부터 대회 날로 잡은 8월22일까지는 꼭 1백일.
이기간 당수경합에 나선 후보들은 득표 전을 벌여야하고 표를 얻기 위해 돈을 써야한다.

<기본경비 5천만원 잡아>
어느 후보는 처음 출발 때『대의원 l인당 10만원 정도를 쓰면 당수당선은 무난하지 않겠느냐?』고 농반진반의 말을 한일이 있지만 그의 말대로라면 신민당 대의원 7백명 중 5백명에게 10만원씩 쓰고 다른 경비를 5천만원으로 잡아도 1억원이면 충분하다는 계산.
그러나 돈 없는 야당이기 때문에 후보 1인당 1억원씩 쓰기는 어려운 형편이며 1백일동안 모든 후보들이 당권경쟁에 뿌릴 돈은 많아야 3억원이 될 것이라는 것이 신민당내 자금전문가들의 추산이다.
3억원이면 신민당이 지난해말 기준으로 중앙선관위에 신고한 재산총액 2천61만원의 15배에 달하는 거액.
당권경쟁에 나선 정해영 김영삼 고흥문 부총재와 이철승 국회부의장 네 경쟁자가 쓸 후보 1인당 기본경비를 5천만원으로 잡아 2억원, 그 외에 쓰여질 비용과 후보가 한두명 더 늘어날 가능성 등이 고려되어 1억원, 이래서 3억원의 계산근거가 나온다.
후보 당 기본경비 5천만원의 내용은 대충 △후보가 1일에 5만원씩 써서 1백일간 5백만원 △운동원 40명이 1일 5천원씩 2천만원 △대의원 7백명 중 4백명에. 거마비 조로 3만원씩 1천2백만원 △중앙본부경비 8백만원 △동원비 5백만원 등이다.
기본경비 5천만원 가운데 운동원들의 활동비와 대의원 직접포섭비가 3분의 2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편.
실제로 네 경쟁자중 자금형편이 가장 어려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B후보도 선거전략에서의 기본경비를 5천만원으로 잡고있다고 참모 H씨는 말하고 있다.
후보 중 정해영 고흥문씨는 당내 으뜸가는 재벌. 김영삼 이철승씨 측은 돈 없는 후보로 알려져 자금걱정이 크다.
진산계와 신도환계 중도 층의 추대 설이 나돌고 있는 김의택 총재권한대행의 경우는 돈이 없어 경쟁에 나설 결심을 못하고있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
진산 계에서는 최근 김총재 대행의 출마에 드는 최소경비(조직유지비 정도)를 2천5백만원으로 계산하고 그 염출 방안을 검토했으나 대책이 서지 않았다는 것.
자금마련을 위해 어느 후보는 의회세비 수개월분을 가불하려했으나 실패한 일도 있고 어느 후보는 참모의원들로부터 모금을 받는 방법으로 궁지를 뚫고 나가고 있다는 얘기다.
71년 전당대회 때는 유진산 이재형 정일형 씨가 경합해 많이 쓴 사람이 5천만원 정도여서 1억원 내외가 뿌려졌으며 그 후 김홍일 김대중 양일동씨 간의 삼파전에서도 거의 같은 양상이었다는 후문이다.

<1인당 5천원씩 선금 주고>
후보들은 대의원 한명을 포섭하는데 서너 차례의 접촉을 시도한다.
네 후보는 벌써 두번 정도 대의원들과 접촉했으며 7월과 8월에 각각 한차례씩 더 만날 계획들이다.
1차 접촉은 참모들을 통해 지구당 위원장의 영향권에 있는지의 여부와 어느 계파에 속하는지를 주로 점검했다. 2차 때는 이들 중 포섭가능 자들에게 다소의 거마비를 나누어주면서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린 것.
정해영 이철승 후보가 지방을 돌면서 대의원들을 직접 만난 것은 2차에 해당하는 포섭과정이라 할 수 있다.
W후보는 대의원들을 집합시키는데 운동원을 통해 1인당 5천원 정도의 선금을 주었고 점심을 같이한 후 헤어질 때 거마비 조로 1만원씩 나누어준다는 것이 상대방에 들어온 정보. Z후보의 경우는 대의원들과 일일이 악수하는 장면을 사진으로 찍고 후보추대 서에 서명하면 5천원의 거마비를 준다는 얘기들이고.
Y후보는 돈을 쓰지만 소리 안 나는 표 모으기를 한다해서「베트콩식」이란 평을 듣는다.
Y후보의 두 참모가 대구에서 대의원들을 모아놓고 저녁을 대접한 후『대통령 후보 하려는 사람은 당수 할 때가 아니라』는 식으로 설득했다는 등 지방에서의 운동상황이 즉각 상대방사무실에 보고되는 것이 상례.
X후보측의 참모들은「안방작전」을 쓴다. 다른 측이 대의원들을 모아 놓는 것과는 달리 새벽이나 저녁에 대의원 집을 방문하며 밀실득표 전을 벌인다는 것. 참모들 말로는 스스로의 호주머니를 털어서「봉사」한다지만 다른 계파에서는 역시 X후보측도 대의원들에게 돈을 쓰고있다는 분석.
네 후보측이 이같이 누비면서 대의원을 접촉함에 따라 후보를 내지 않은 진산계 대의원들이 거의 다 와해되었다는 것이 진산계 소식통의 솔직한 고백. 이 소식통의 얘기론 견지동우회 가입에 서명한 2백40명의 대의원 중 약 30명만이 아직 수절 파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대의원들이 어느 쪽도 확실한 약속을 않고 있다.
어느 후보사람으로 낙인이 찍히면 다른 후보로부터는 외면당하기 때문이다. 대개는「낙지발」행세를 한다.
A후보의 회원가입 서에 서명하는가하면 B후보의 추대 서에 도장을 찍고 더러는 C후보측에까지 추파를 보낸다. 이런 대의원은 상경해서도 몇 시간 간격으로 네 후보 사무실을 거의 다 찾기가 일쑤라는 것.
그래서 각 계파에서는 대의원 성분분석에 제일 큰 애로를 겪고있다.

<득표비용 당내 말썽 안될 듯>
신민당의 당권경쟁이 점차 가열되고 이에 따라 뿌려질「돈」도 많아질 것을 우려하는 당내의 여론이 없지 않다.
이상신 당기위원장 같은 이는 당수후보들이 쓰는 돈에 대해서도 조사하는 문제를 검토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러나 당수 운동에 드는 비용이나 거마비가 당위에 저촉될 것이 없다는 풀이들.
채문식 대변인은『후보가 당의 지도노선을 밝히기 위해 대의원들을 모아놓고 설명하는데 쓰는 식사비나 이례적인 거마비의 지출이 문제될 것은 없다』면서『다만 돈으로 매표행위를 하는 일은 규제되어야 할 것』이라고 설명.
『큰돈은 막판에 쏜다』는 것이 어느 선거든 장식화 된 것이고 보면 당수경합 자들의「돈 쓰기」가 사전에 문제될 것 같지 않다. 오랜 비바람에 시달린 야당 당원들 중에는『돈은 돈이고 표는 표』라는 인식이 강해서『돈도 흐르고 표도 흐르다』는 관점으로 내다보는 사람이 많다.<조남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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