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베의 독도 ICJ 제소가 노리는 것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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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0호 02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우리의 연휴 첫날인 1월 30일 독도 영유권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단독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설을 맞이한 우리 국민의 들뜬 마음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2012년 8월 이명박 전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한 직후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당시 일본 총리도 ICJ 단독 제소 입장을 밝힌 적이 있다. 그러다 한·일 관계 악화를 우려한 미국의 만류로 접은 바 있다. 그런 상황을 모를 리 없는 아베 총리가 1년 반 만에 또다시 단독 제소 방안을 거론한 건 양국은 물론 미국과 국제사회까지 가세해 힘겹게 쌓아온 외교적 성과를 일시에 무너뜨리려는 것과 다름없다.

 정부가 아베의 발언에 대해 “무의미한 짓”이라고 일축하며 밝혔듯, 독도는 역사적·지리적·국제법적으로 우리 고유의 영토로서 그 영유권을 ICJ에서 다투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또 일본의 일방적 제소만으로는 ICJ에서 재판이 성립할 수 없다. 그런데도 아베가 비현실적 방안을 다시 들고 나온 건 국제사회에 독도가 한·일 간의 ‘분쟁지역’이란 인상을 심어보겠다는 잔꾀에 불과하다.

 아베의 이런 꼼수에 대해 국내에선 극히 일부지만 “ICJ 제소에 당당하게 응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이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답답한 심정은 이해되지 않는 바 아니나, 이런 주장은 독도의 실효적·안정적 지배를 추진해 온 한국 외교의 기존 방향에서 벗어난다. 국제사법 절차가 상당 부분 국제정치 질서에 좌우돼 온 현실을 감안한다면 자칫 국가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기에 특별한 경각심을 요한다.

 어차피 아베의 발언은 독도 문제에 아무런 현상 변화를 부를 수 없다. 일본 정부는 독도 전경을 찍은 사진 한 장 갖고 있지 못하다. ICJ에 결코 열리지 않을 재판을 일방적으로 요청하는 제스처 이상의 수단도 없다.

 다급한 쪽은 일본이다. 영토 문제는 전쟁을 하지 않는 한 실효적으로 지배하는 쪽이 우위에 있는 게 국제사회의 현실이요 불문율이다. 정부는 일본의 망언을 단호히 일축하되, 너무도 당연한 ‘우리 땅’이란 주장을 남발해 독도가 국제사회에 분쟁지역으로 비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국민도 마찬가지다. 허언에 불과한 아베의 주장에 냉정을 잃고 감정적으로 대응한다면 일본만 도와주는 꼴이다.

 정부는 영토·과거사 문제와는 별도로 양국 관계의 근간이 흔들리지 않도록 관리하는 데 만전을 기해야 한다. 사상 최고조 단계인 한·일 갈등의 가장 큰 위험성은 양국 국민감정에 불이 붙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이다.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감정싸움이 격화하면 두 나라는 상당 기간 냉정을 찾기 어렵다. 한·일 정부의 각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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