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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익산, 세계 식품시장 공략 기지로 변신 중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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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0호 20면

전북 익산시 왕궁면 일대에 조성되는 국가식품클러스터(푸드폴리스)의 조감도 [농림축산식품부]
네덜란드 푸드밸리(Food Valley). 바헤닝언 대학연구소(Wageningen UR)를 중심으로 1997년부터 식품 클러스터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튤립·풍차·고흐·오렌지군단(축구)을 연상시키는 네덜란드. 산업 분야에도 놀라운 것이 있다.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농식품 수출국이란 사실. 네덜란드엔 미국처럼 농사지을 넓은 땅이 없다. 경작지 면적과 곡물자급률이 우리나라와 엇비슷한 네덜란드가 어떻게 농식품 무역으로만 연간 345억 달러(2012년)의 흑자를 내는 농식품 강국이 됐을까?
미국의 경제학자 마이클 포터는 『국가의 경쟁 우위』에서 “꽃과 채소로 가득 찬 비닐하우스, 암스테르담 스히폴 공항의 신속한 통관·배송시스템, 대학과의 연계를 통한 과학적인 농업의 도입”을 네덜란드 농식품산업의 경쟁력으로 꼽았다.
네덜란드인에게 e메일로 지난달 28일 직접 물어봤다. ‘바헤닝언 UR’의 벤 기어링 국제커뮤니케이션 매니저는 “작은 나라인 네덜란드가 세계 2위의 농식품 수출국이 된 이유는 아직도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며 “기업·연구소·정부가 긴밀하게 협조하는 것이 비결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한 기술 혁신을 이룬 것도 기여했다”며 “그 중심엔 ‘푸드밸리(Food Valley)’가 있다”고 소개했다.

한국 식품산업의 새 기대주 ‘푸드폴리스’

GDP 10% 몫하는 네덜란드 푸드밸리
1997년부터 조성되기 시작한 푸드밸리의 ‘파워’는 몇 가지 경제수치로도 확인된다. 총생산 460억 달러(네덜란드 GDP의 10%, 2008년 기준), 수출 230억 달러, 직간접 고용 70만 명. 이 정도라면 확실히 남는 장사다.
수도 암스테르담에서 남동쪽으로 약 80㎞ 떨어진 곳에 위치한 바헤닝언시(市). 실제 밸리(valley·계곡)가 존재하지 않지만 이 도시가 바로 ‘푸드밸리’의 중심지다. 바헤닝언과 로테르담은 육로·수로·열차로 연결돼 있으며 로테르담항엔 농식품 항구가 따로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를 중심으로 미국 정보기술(IT) 산업의 ‘고향’인 실리콘밸리가 형성됐듯이 푸드밸리에선 유럽 최고의 농대(農大) 중 하나인 바헤닝언대학이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 푸드밸리엔 ‘바헤닝언 UR(University & Research centre)’과 ‘푸드밸리 소사이어티(society)’란 ‘신선한’ 조직이 있다.
바헤닝언 UR은 농식품 관련 대학과 연구소의 특성·인력·기자재 등을 파악한 뒤 이를 효율적으로 배분·조정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곳을 중심으로 글로벌 기업 간의 공동연구→기술 구현→신규 사업 개발→식품벤처 창업 등 선순환구조를 이루고 있다.
푸드밸리 소사이어티는 식품기업들이 회원인 조직이다. 여성 코디네이터 30명가량이 일한다. 식품회사 등이 e메일로 ‘이런 제품을 만들고 싶다’ ‘이런 연구를 하고 싶다’고 보내면 “이 일에 적합한 A 연구자·B 회사가 있다”고 신속하게 알려 준다.
이처럼 지식과 지식을 연결한 결과 세계 각국 기업과 정보가 모여든다.
푸드밸리엔 유니레버·네슬레·하인즈·긴코만·캄파나·몬산토·하이네켄 등 세계적인 식품기업을 포함해 1500곳의 식품회사와 20여 곳의 연구소가 입주해 있다. 한국 기업은 아직 없다.
여기선 연구와 상품화가 함께 이뤄진다. 알레르기 성분을 포함하지 않는 사과를 개발해 시판하거나 토마토를 수출할 때 사용하는 컨테이너를 개조해 수송비용을 아낀 것 등이 예다.

네덜란드 ‘푸드밸리’를 벤치마킹해 국내에 만들고 있는 것이 ‘국가식품클러스터(cluster)’다.
충남대 농경제학과 김성훈 교수는 “푸드밸리가 대학과 민간 기업이 중심이 돼 서서히 형성됐다면 국가식품클러스터는 정부(농림축산식품부) 주도의 대형 프로젝트로 단기간(2012∼2020년)에 사업을 완성한다(기업 입주 완료시점)는 것이 다른 점”이라고 설명했다.
국가식품클러스터의 별칭은 ‘푸드폴리스(Food Polis)’다.
정부가 푸드폴리스 플랜을 짠 첫째 이유는 세계 식품시장의 미래 발전 가능성을 높게 평가해서다. 이미 세계 식품시장 규모는 2010년 5.1조 달러로 자동차산업이나 IT 산업보다 2~3배나 큰 상태다.
푸드밸리의 바헤닝언시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도시가 전북 익산이다. 익산시 왕궁면 일대에 5535억원을 투입해 서울 여의도와 비슷한 232만㎡(약 70만 평) 규모의 식품산업단지가 2016년까지 조성된다. 농촌진흥청·한국식품연구원의 입주도 예정돼 있다.
계획대로 이뤄진다면 150곳의 식품기업, 10곳의 식품연구소, 6곳의 기업 지원시설 등이 푸드폴리스 내에 세워진다. 126만㎡의 배후 복합도시도 함께 만들어진다. 식품기업과 연구기관의 네트워크를 강화하기 위해 반경 50㎞ 내에 식품기업과 연구기관들이 모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식품기업에 가장 중요한 물도 문제가 없다. 진안의 용담댐 1급수가 공급되고 식품클러스터 내에 폐수처리장이 건설되기 때문이다.
농식품부 국가식품클러스터추진팀 김원일 과장은 “푸드폴리스는 외국 기업들이 기업 활동을 하기에 유리한 입지조건을 두루 갖췄다”며 “공항과 항만이 50㎞ 거리, 고속도로와 철도(KTX)는 각각 3㎞, 20㎞ 이내에 위치해 신속한 물류 처리가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푸드폴리스는 기본 컨셉트가 ‘원스톱 서비스(One-stop service)’다. 그런 만큼 수출 검역·검사 통합사무소가 설치될 예정이다. 또 입주기업의 기술 지원을 위한 연구개발(R&D)센터 4곳이 들어선다. 식품기능성평가지원센터·품질안전센터·패키징센터·파일럿 플랜트(Pilot plant)센터가 그것.
식품기능성평가자원센터에선 건강기능식품으로 개발된 제품의 실제 기능성을 검증하고 패키징(포장)센터에선 첨단 포장기술을 통해 유통기한을 늘리는 방법을 찾을 것이다.
파일럿 플랜트란 대규모의 공장 생산장비나 시설을 갖추기 전에 예비 자료를 얻기 위해 만든 소규모의 설비를 가리킨다. 예컨대 고가인 초고압 살균기가 없는 식품기업이 초고압 살균제품을 개발 중이라면 파일럿 플랜트센터에 의뢰해 성공 가능성을 사전에 점쳐 볼 수 있게 된다.
한국식품정보원 나혜진 소장은 “지금까지는 식품 관련 R&D를 통해 개발된 제품들 상당수가 빛을 보지 못했다”며 “푸드폴리스는 R&BD(B는 비즈니스)에 주력해 힘들여 개발한 제품들이 상품화되는 일까지 책임질 것”을 주문했다.

태국도 치앙마이 등 3곳에 추진
요즘 전 세계적으로 식품 클러스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네덜란드 ‘푸드밸리’를 비롯해 덴마크와 스웨덴이 함께 운영 중인 ‘외레순 클러스터’, 이탈리아 북동부 지역에 있는 ‘에밀리아로마냐’가 세계 3대 식품 클러스터로 통한다. 지난해 6월 태국 정부는 북부 치앙마이 등 3곳을 ‘태국 푸드밸리’ 후보로 지정했다. 일본엔 식품 클러스터는 없지만 한신에 의료바이오 클러스터, 기타큐슈에 반도체 클러스터가 조성 중이다.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는 “푸드폴리스도 성격이 비슷한 대구·경북과 충북 오송의 첨단의료복합단지가 어떻게 관리·유지 되는지 잘 살피고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가오는 미래』의 저자인 미국 하와이대 미래연구소 제임스 데이토 소장은 “식품의 현대화와 생산·가공·분배를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연구기관과 대학 등이 식량 생산을 높일 수 있다”며 “한국의 푸드폴리스를 비롯한 식품 클러스터는 인류에게 미래의 등불과도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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