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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고개 드는 사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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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사채가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대한상의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사채 금리가 작년말보다 월 0.3∼0.5% 상승, 월 3.12∼3.83%로 높아지면서 구하기가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사채는 일종의 필요악이므로 아주 근절될 수는 없다. 그러나 「8.3긴급조치」를 한지 2년이 못되어 사채가 다시 창궐한다는 것은 문제인 것이다.
사채의 재등장은 정상적인 금융기능의 미비를 뜻한다. 사채가 공금용으로 점차 흡수돼야함에도 불구하고 다시 새로운 금융권으로 형성되는 사태는 심히 우려할만한 일인 것이다. 그런데 사채 중에서도 소액사채의 구득이 더 어렵고 1천만원 이상 고액은 금리도 더 오르지 않았다는 사실은 여러 가지를 시사해 준다.
즉 일부 대기업이 받을 수 있는 금융혜택은 별 변동이 없으나 중소 및 영세기업의 금융「채널」은 극히 제한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이른바 돈이 굵은 「파이프」를 통해선 계속 나가는데 모세관으론 흐르지 않는다는 금융의 이중구조현상이다. 금년들어서도 국내여신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4월말까지 이미 2천1백33억원이 증가했다. 작년말에 비해 11.0%나 증가이며 연율로는 31.2%가 된다. 74년 재무안정계획에 의한 국내 여신 증가율이 32.2%이므로 당초 예정된「템포」로 국내여신이 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자금사정은 왜 그토록 갈증을 느끼는 것일까? 국내신용은 증가하지만 해외부문의 통화환수가 심해 통화는 오히려 줄고있는데 원인이 많은 것 같다.
4월말 현재 통화는 비 전년말 84억원이 줄어 연율 23.3%의 배가에 그쳤다.
부문별로는 지난 4개월 동안 민간부문에서 1천4백3억원, 정부부문에서 1백14억원이 늘었으나 대외부문에서 1천2백3억원, 정부대행기관에서 2백80억원, 기타부문에서 1백18억원이 감소함으로써 순계 84억원이 준 것이다.
총통화는 지난 4개월 동안 7백93억원이 늘어 연율 26.5%의 증가에 머물렀다. 74년 재정안정계획상의 연간증가율 30.0%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
확실히 경제규모에서 보면 자금방출이 사채장궐을 조장할 만큼 줄어든 것은 아니다. 금년들어 4월말까지 총 대출 증가액은 2천4백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자금의 질적인 구조가 문제인 것이다.
대출은 많이 늘었으나 그것이 주로 수출자금 및 내수용 비축자금 등 특수용도로 나갔기 때문에 일반중소기업들이 그 혜택을 보기가 힘든 것이다. 금년들어 대출의 주종을 이뤄온 비축금융은 대기업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축금융은 대출이 이루어지자 곧 외환부문으로 흡수되는 것이기 때문에 통화증가와 관계가 없다. 금년들어 국내여신이 늘지만 통화가 감소되는 것은 비축금융 등이 대출을 주도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향을 반영, 해외순자산은 계속 줄고 있다. 즉 작년말에 1억1천9백만 불이었던 해외순자산이 4월말 현재 1억불로 1천9백만불이 줄었다.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 당분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현재도 중기업 등에 대해선 선별금융강화 등으로 대출을 억제하고 있지만 앞으로도 강화했으면 했지 풀릴 전망은 거의 없다. 비축금융이 계속 늘어날 전망이기 때문이다. 사실 주택·기계공업자금·「텀·론」등은 금년들어 오히려 줄고있는 상태다.
금년 재정안정계획에 의한 국내 여신 증가율 32.2%를 고수하는 한 또 국제수지가 개선되어 해외부문의 통화환수가 중단되지 않는한 시중자금 편중은 계속된다고 보아야할 것이다.
정부는 이를 「인플레」억제를 위한 총수요 억제책이라 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대기업용 자금「파이프」는 여전한데 중소 및 영세기업용 「파이프」는 아예 막혀버리는 금융의 이중구조 심화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최우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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