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의 결산결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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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5개 시중은행의 73년도 하반기 결산결과가 판명되었다. 공표이익금은 전기실속의 2배 이상이나 늘어나 시중은행의 수지상황이 매우 호전된 것 같다.
이처럼 시중은행의 수지가 매우 호전된 이유는 지난날 금리현실화로 파생된 적자요인이 그 동안의 금리조정으로 해소되어 이제 정상화되었기 때문인 것이므로, 앞으로 금리조정에 무리만 일어나지 않는다면 시중은행의 수지상황은 계속 호전될 전망이라 한다.
원래 금융기관의 수지를 지배하는 큰 요인은 모두 정책이 결정하는 것이므로 정상적으로 운영된다면 시중은행이 자체의 노력으로 수지를 크게 개선하기는 힘들게 되어 있다. 시중은행의 수입을 결정하는 여신금리나 수수료는 정책이 결정한다. 마찬가지로 지출의 대종을 이루는 예금금리와 경비예산도 정책이나 정부가 결정한다. 이처럼 수지 면에서 가장 큰 요인은 모두가 정책이 결정하는 것이므로 시중은행이 자력으로 수지를 개선할 여지는 매우 제한되어있다.
즉 인사의 묘를 얻어 수신활동을 능률화하고 여신을 잘해서 대손이나 연체를 적게 발생시키는 일밖에는 자율적으로 시중은행이 수지를 개선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시중은행의 수지는 정책의 산물이지 결코 개별은행의 능력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게 된다. 그 때문에 언제나 감독원이 시중은행의 결산을 지도하고 배상정책을 조정하는 것이며 차등배당을 시킴으로써 선의의 경쟁을 조장한다는 구호가 언제나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형식논리를 벗어나 일단 문제의 기상을 정면으로 대처한다면 시중은행의 경영실적을 양성화하고 그럼으로써 선의의 경쟁과 차등배상을 실행할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경영실적을 양성화하고 그럼으로써 차등배상요구를 단행하는데 주저하고 있는 것은 정책당국이 아닌가 한다.
시중은행의 경영실적을 양성화하고 당연히 사실대로 대손 처리를 해 나가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시중은행이 자력으로 수지를 개선할 수 있는 분야가 수신실적과 건전한 여신밖에 없는 것이라면 수신실적은 항상 양성화되어 있는 것이므로 여신의 질만 양성화하면 모든 것이 양성화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진실로 시중은행을 경영실적에 따라서 평가하여 차등배당을 하게 하고, 그에 따라서 임원진의 능력을 가름할 생각이 있다면 당연히 부실대출을 양성화시켜 대손 규모를 결산기 마다 감독원으로 하여금 규명케 해야할 것이다.
시중은행이 부실대출로 안고있는 대손 규모가 너무나 커서 이를 양성화할 수 없기 때문에 경영실적에 따라서 차등배당을 하고 은행임원을 선임한다는 연내의 구호가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 문제를 제대로 노출시키지 않는한 경영실적에 따라서 금융기관의 임원을 개선하고 선임한다는 구호는 명분이상의 것이 될 수 없을 것이며, 동시에 진실로 능력과 실적에 따라서 은행인사를 하지 못하게 되어 금융 정상화라는 당면과제에도 진전을 보지는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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