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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맵-서촌]예술·문화 향기 가득 … 골목골목 맛이 다르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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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Jtravel’ 시티맵 코너는 서촌의 명소를 보다 풍성하게 소개하기 위해 출판사 알에이치코리아의 여행서 『두근두근 종로산책』을 바탕으로 꾸몄다.

인왕산 자락에 안긴 경복궁 서쪽 동네 ‘서촌(西村)’은 조선시대 궁중 나인과 중인이 살던 터다. 지난해 서울 종로구가 “‘서촌’은 본디 서소문 일대를 일컫던 지명”이라면서 “상촌(上村 물이 내려오는 곳)이나 세종마을(세종대왕 탄생지)이라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아직은 ‘서촌’이란 이름이 더 익숙하다. 얼핏 서촌은 이웃마을 ‘북촌(北村)’과 닮은 듯도 하다. 하나, 찬찬히 들여다보면 그 ‘맛’이 다르다. 한옥 일색인 북촌이 정갈하고 근엄한 인상이라면 서촌은 보다 친근하다. 역사 유적조차 생활공간에 자연스레 녹아들어 있다. 조선시대 선비 화가 겸재 정선(1676~1759)부터 근대 시인 윤동주(1917~45)와 이상(1910~37), 서양화가 이중섭(1916~56) 등으로 이어지는 서촌 출신 예술가들의 발자취도 주택가 곳곳에 깃들어 있었다. 서촌의 문화?예술 향기에 푹 젖어들 만한 골목 여행 코스를 소개한다.

정리=나원정·백종현 기자 그래픽=유은주 사진=신동연 선임기자

[문화 유적] 예술혼 깃든 터

1 수성동 계곡  안평대군노닐던 계곡-세종대왕의 셋째아들 안평대군(1418~53)이 1442년 집을 짓고 살던 계곡이다. 아버지 세종이 집에 ‘비해당’이란 당호를 지어줬다. 한 살 많은 친형 세조가 조카 단종을 내쫓고 왕위에 오른 뒤, 안평대군은 세조가 내린 독배를 받고 서른여섯 살의 짧은 생을 마감했다. 바로 앞 안내판에 겸재 정선이 수성동 계곡을 그린 진경산수화가 새겨져 있는데, 그림과 똑같은 풍경을 지금도 볼 수 있다.

위치 종로구 옥인동 185 일대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 이중섭 집터 생애 첫 개인전 준비하던 작업실-황소 그림으로 유명한 화가 이중섭(1916~56)이 1954년 여름부터 초가을까지 머물며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 개인전을 준비한 지인의 집이다. 이중섭은 2층 다다미방을 썼는데, 창문이 깨져 비바람이 들이쳐도 그림 판 돈을 술로 마셔버렸단다. 결국 가을께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신촌의 사촌 집으로 옮겨갔다. 전시회는 이듬해 미도파화랑에서 열렸다. 가정집이어서 들어가 볼 수 없다.

위치 종로구 누상동 166-202

3 운애산방 터 조선 가곡의 명맥 깃든 터-조선 말기 악공 박효관(1781~1880)이 필운대에 지은 풍류방. 그가 이곳에서 19세기 중후반 가곡예술의 명맥을 즐겨 이으며 제자를 양성하자, 대원군이 그에게 ‘운애(雲崖)’라는 호를 하사했다. 이후 ‘운애선생’ 혹은 ‘박선생’이라 불렸다. 40년 넘게 사제지간이던 박효관과 제자 안민영(1816~85)은 대원군의 후원으로 1876년 전통음악을 총결산한 『가곡원류』 를 펴냈다.

위치 종로구 필운동 산 1-2

4 송석원 터 평민 시인이 풍류를 즐긴 초가-조선시대 평민 서당 훈장이던 천수경(?~1818)이 인왕산 옥류천 위에 초가집 ‘송석원(松石園)’을 짓고, 시모임을 열던 터. 규장각 서리, 술집 머슴 등 문우(文友)들의 신분은 낮았으나 수백 명이 모여 한시 대회도 열며 오랫동안 훌륭한 시인을 배출했다. 일제강점기 친일파 윤덕영(1873~1940)이 이 터를 사들여, 1914년 건평 1983㎡에 달하는 호화 별장(벽수산장)을 지었다.

위치 종로구 통인동 43-1(표석)

5 노천명 가옥 여류 시인의 슬픈 생애-'모가지가 길어 슬픈 짐승이여…' ‘사슴’의 노천명(1911~57) 시인은 제 시(時)만치 팔자가 모진 여인이었다. 일제강점기엔 친일파의 오명을 얻고, 한국전쟁 땐 미처 피난을 못 가 북한과 내통했단 죄로 옥살이까지 했다. 1949년부터 양녀와 안착했던 이 집에서 8년 뒤 그는 병마로 끝내 숨을 거뒀다. 그의 나이 46세였다. 지금은 일반 가정집이어서 들어가 볼 수 없다.

위치 종로구 누하동 225-1

6 통의동 백송 터 풍류 그득한 할아버지 백송-추사 김정희(1786~1856)가 중국에서 묘목을 가져와 심었다는 설도 있을 만큼 오래된 나무다. 추정 나이 300~600살. 1990년 돌풍에 줄기가 부러져 서울시가 ‘백송회생대책위원회’까지 구성했지만, 93년 결국 천연기념물에서 해제되며 나무가 잘려 나갔다. 고목의 그루터기 옆에 어린 백송 네 그루가 자라고 있다. 누군가 가져다 놓은 통기타가 백송 곁을 지키고 있다.

위치 종로구 통의동 35-15

[전시관·서점] 문화 향기에 흠뻑

7 윤동주 문학관 윤동주의 시정이 그윽한 곳-윤동주(1917~45) 시인은 연희전문학교 시절 소설가 김송의 집(누상동 9)에서 하숙하며 자주 인왕산에 올라 목욕하고 산책하며 시정을 다듬었다. ‘별 헤는 밤’, ‘자화상’ 등을 이 시기에 썼다. 2012년 인왕산 자락에 버려진 수도가압장과 물탱크를 윤동주 문학관으로 조성한 까닭이다. 수풀이 우거진 문학관 옆 작은 계단을 오르면 윤동주의 시로 꾸민 시인의 언덕(청운공원)이 나온다.

위치 종로구 청운동 3-65, 문의 02-2148-4175, 운영 화~일요일 10:00~18:00

8 구립 박노수 미술관 근대 한국화와 건축미를 동시에-해방 후 한국화 1세대로 꼽히는 박노수(1927~2013) 화백의 작품 500여 점과 화백의 소장품, 고가구 등을 갖추고 지난해 10월 개관했다. 동서양 건축기법을 절충한 2층 벽돌 건물을 눈여겨볼 만하다. 1938년 친일파 윤덕영이 딸을 위해 세운 걸 72년 박 화백이 사들여 머물다가 2012년 종로구에 기증했다. 입장료 어른 1000원, 청소년 600원, 어린이 400원.

위치 종로구 옥인동 168-2, 문의 02-2148-1816(종로구 문화관광과), 운영 화~일요일 10:00~18:00

9 대오서점 헌책방 나이 63세-칠이 벗겨진 간판, 안마당까지 켜켜이 쌓인 헌책…. 백발성성한 권오남(83) 할머니가 1951년 문을 열어 지금껏 운영하고 있다. 한때는 육남매를 모두 대학까지 보낼 만큼 장사가 잘 됐단다. TV 다큐멘터리에 나오면서 유명해져, 요즘은 먼지 쌓인 정취를 구경하러 왔다 기념품으로 헌책을 사가는 이도 많다. 열고 닫는 시간이 일정하지 않은 편이다.

위치 종로구 누하동 33, 문의 02-735-1349

10 청와대 사랑채 유유자적 쉬면서 역사 공부-청와대 정문에 자리한 ‘청와대 사랑채’는 청와대 개방 확대와 관광 명소화를 위해 문을 연 전시홍보관이다. 우리나라의 과거와 현재를 되돌아보고 미래의 발전상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물이 빼곡하다. 역대 대통령의 발자취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공간과 다양한 체험관이 있어, 아이들과 공부 삼아 관람하거나 서촌 산책 중 잠깐 쉬었다 가기에 좋다. 입장은 무료다.

위치 종로구 효자동 150, 문의 02-723-0300, 운영 화~일요일 09:00~18:00

11 사진위주 류가헌 노래하는 사진 갤러리-좁은 골목을 헤매다 ‘류가헌’이란 작은 팻말을 따라가면 한옥 두 채가 나란히 기와지붕을 맞댄 형태의 갤러리가 나온다. 2010년 문을 연 ‘사진위주 류가헌’이다. 류가헌(流歌軒)은 ‘흘러가듯 노래하는 집’이란 뜻. 긴 툇마루와 하늘이 뻥 뚫린 잔디마당, 사진 책을 넘겨볼 수 있는 아담한 카페가 있어, 한옥을 느긋하게 음미하기 좋다. 주로 시사성 있고 독특한 시각의 사진전을 연다.

위치 종로구 통의동 7-10, 문의 02-720-2010 ryugaheon.com, 운영 화~일요일 10:30~18:30

12 보안여관 현대문학의 산실-2006년 운영난으로 문을 닫기까지 80년 넘게 운영된 여관이다. 광복 후 젊은 문인들이 장기 투숙하며 현대문학사를 빚어냈다. 1936년 서정주·김동리 등이 문학동인지 『시인부락』을 펴낸 곳도 여기였다. 군사독재 시절엔 청와대 경호원들의 가족 면회 장소로 주로 사용됐다. 2009년 외관은 남겨둔 채 갤러리로 변신했다. 동네 주민과 함께하는 프리마켓도 연다. 전시가 없을 땐 주로 닫혀 있다.

위치 종로구 통의동 2-1, 문의 02-720-8409

13 대림미술관 예술 초보들의 놀이터-순수 예술과 더불어 일반인도 편안하게 관람할 만한 대중적인 전시를 지향한다. 1993년 대전에 ‘한림갤러리’란 이름으로 문을 열어 2001년 서울로 이전하면서 개명했다. 1967년 개인 주택을 프랑스 출신 미술관 전문 건축가 뱅상 코르뉴가 개조했다. 4층에 인왕산과 북악산은 물론 멀리 북한산까지 내다보이는 탁 트인 전망의 발코니가 있다.

위치 종로구 통의동 35-1, 문의 02-720-0667 daelimmuseum.org, 운영 화~일요일 10:00~18:00

[식당?카페] 금강산도 식후경

14 4.5평 우동집 면발이 탱글탱글-부암동은 엄밀히 서촌에 속하지 않는다. 하지만 윤동주 문학관에서 걸어서 불과 2분 거리인 이 우동집을 그냥 외면하긴 너무 아쉽다. 퓨전 음식점을 15년 이상 운영했던 주인장이 열과 성을 다해 우동을 끓여낸다. 계절과 재료에 따라 국물 맛은 달라지지만, 삶은 뒤 비밀 공정(?)을 한 번 더 거치는 면은 1년 내내 탱글탱글하다. 유부우동 4000원, 냉우동 5000원, 유부초밥(2개) 1500원.

위치 종로구 부암동 256-2, 문의 02-396-0723, 영업 화~토요일 11:30~19:30, 일요일 13:00~19:30

15 사직분식 부드러운 청국장이 일품-분식집이지만 청국장으로 유명하다. 청국장의 콩을 빻지 않고 통째로 끓여 맛과 향이 부드럽다. 평소 청국장을 잘 못 먹는 사람도 부담 없이 즐길 만하다. 국그릇에 넘치도록 담은 청국장이 10여 가지 반찬과 함께 나와 한 끼 식사 ‘제대로’ 했다는 포만감을 준다. 테이블이 적은 아담한 규모여서 식사 때면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많다. 청국장 5000원, 제육볶음 1만5000원.

위치 종로구 필운동 137-4, 문의 02-736-0598, 영업 월~토요일 11:00~20:30

16 마르코의 다락방 가수 윤건의 감수성이 물씬-그룹 브라운아이즈의 멤버 윤건이 운영하는 카페로 유명하다. 2008년 문을 열어, 인테리어부터 윤건이 직접 도맡았다. 최고의 재료를 최소의 양념과 조리법으로 요리해, 음식 쓰레기도 최소화하자는 ‘쿠킹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친환경 카페다. 레고 등 아기자기한 소품과 벽을 가득 메운 팬레터가 인상적이다. 아메리카노 5000원.

위치 종로구 효자동 104-1, 문의 02-735-4622, 영업 화~일요일 12:00~22:30

17 고희 주택가에 숨은 아트 카페-갤러리 카페이면서 디저트 클래스가 열리는 복합 문화 공간이다. 주택가에 있어 친근한 느낌을 준다. 파티시에가 소수 인원(1~3인)으로 진행하는 맞춤형 베이킹을 배우거나 선물 아이템을 만들기 위해 찾는 이도 많다. ‘고희(高憘)’는 커피의 일본식 발음이자, 한자로 ‘큰(高) 기쁨(憘)을 드리는 공간’이란 뜻이다. 핸드드립커피 7000원, 컵티라미수 6500원, 브런치 세트 1만7000원부터.

위치 종로구 창성동 100, 문의 02-734-4907 goghi.kr, 영업 11:00~23:00

18 토속촌 복날 불티나는 삼계탕집-‘서촌’이란 동네는 몰라도 ‘토속촌’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갖은 곡류를 갈아 넣어 걸쭉하고 고소한 국물이 특징이다. 영계를 사용해 고기의 식감도 쫄깃하다. 한옥을 개조한 집이어서 안뜰과 툇마루를 지나 테이블에 앉는 과정마저 운치 있다. 한여름이면 복달임을 하려는 손님이 담벼락 따라 길게 줄을 선다. 최근에는 일본?중국인 관광객도 많이 찾는다. 삼계탕 1만5000원.

위치 종로구 체부동 85-1, 문의 02-737-7444, 영업 09:30~22:00

19 감로당 정갈하고 건강한 사찰음식-고기?생선 등 육류와 마늘?파?부추?달래?흥거 등 오신채는 일체 쓰지 않는 사찰 음식 전문점. 산약초가 들어간 약선 음식을 주로 낸다. 강한 양념에 길들여진 도시인의 입맛에는 다소 밋밋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본연의 달콤함(甘?감)을 지닌 이슬(露?로)로 지은 밥처럼 깨끗하고 건강해지는 맛을 느낄 수 있다. 음식의 색감이 고와 눈으로만 봐도 배가 부르다.

위치 종로구 통의동 35-106, 문의 02-3210-3397, 영업 월~토요일 12:00~15:00, 18:00~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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