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사본에 나타난 닉슨의 대화스타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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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닉슨」미대통령이「워터게이트」사건의 전모를 밝혀줄 것이라며 최근 국민들에게 발표한 백악관 녹음사본에 대한 비판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그 하나는「닉슨」대통령의 주장과는 달리 그가「워터게이트」사건 은폐공작에 직접 개입했다는 사실이 나타났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이 사본에 담긴「닉슨」대통령의 대화내용이 백악관의 권위라는 기준에서 볼 때 지나치게 야비하여 대통령직이 마땅히 가져야하는 도덕적 존엄성을 실추시켰다는 것이다.
이번에 발표된 녹음사본은 연 33시간에 걸친 대화를 간추려 수록한 것으로서 여기에는 「닉슨」대통령과 11명의 보좌관 및 고위행정부관리들이 참석하고 있다. 이 사본 중 1천6백70군데에『잘 안 들림』『감탄사 삭제』등의 빠진 부분이 들어있다.
그런데 이중 3분의2에 해당하는 1천75번의 삭제부분이「닉슨」의 대화 속에 들어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대화의 문맥상의 삭제 부분이 「워터게이트」진상규명에 핵심적인 부분이거나 욕설에 해당한다는 게 대부분 미국언론인 및 정치인들(공화당중진 포함)의 의견인 것이다.
방대한 이 자료 중 가장 핵심적인 소위「허시머니」(침묵의 대가) 에 관한 부분을 살펴보자.
▲73년3월21일 상오10시12분, 「워터게이트」사건으로 체포된 한 범법자가 비밀을 지켜주는 대가로 돈을 요구한 문제에 대해「닉슨」대통령(P)과「존·딘」(D) 전 백악관법률고문과의 대화.
P=그래 돈은 얼마면 되는가?
D=앞으로 2년 동안 l백만 달러는 들 겁니다.
P=1백만 달러쯤은 거둘 수 있어. 현금으로 말이야…. 그런데 이 돈 관계 취급은「프로」급을 시켜서 처리해.(얼마 후)
P=좋아, 돈을 구해.
▲73년 4월16일 상오9시50분,「워터게이트」사건이 확대됨에 따라「닉슨」대통령은 자신이 나서서 해명해야된다고 생각한다. 그는 이 자리에서「딘」과 어떤「시나리오」에 따라 해명을 해야할지를 궁리한다.
P=자, 그럼 이야기를 맞춰보세. 난 백악관에는 이 사건에 관련된 자가 없다는 보고를 자네한테서 들었노라고 말하겠네. 그 후 자네가 날 찾아와서『이 문제를 좀 더 조사할 필요가 있습니다』라고 제의했다고 말하기 뇨
▲2중 진술부문=「닉슨」대통령은 지난 8월 TV연설에서 73년 3월21일「딘」과의 대화를 다음과 같이 해명했다.
『돈을 모은 것은 사실이나 이는「워터게이트」피고인의 변호사 비용과 가족들의 생계를 돕기 위해 돈을 모았다고「딘」이 알려줬다. 이건 백악관이나 대통령재선 위에서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3월 동일한 대화에 대해「닉슨」대통령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딘」은 피고인의 생계를 위해서뿐만 아니라 그들의 입을 틀어막는 대가로 돈을 줬다고 말했었다.』
미국언론은「닉슨」대통령이「워터게이트」피고인에게 침묵의 대가를 지불하기로 한 이 부분은 법의 행사를 방해한 은폐공작을 가장 뚜렷이 밝혀주는 부분이라고 보고 이 부분이야말로 탄핵의 근거가 된다고 해석하고 있다. <외신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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