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 심은경, 일진 박보영, 건달 황정민, 검객 하지원 누가 웃을까

`수상한 그녀`

설 연휴는 예년보다 짧지만, 극장가는 명절답게 풍성하다. 네 편의 한국영화를 필두로 가족 관객을 겨냥한 애니메이션까지 눈에 띈다.

온 가족이 함께 즐기는 코미디를 원한다면 ‘수상한 그녀’(황동혁 감독)가 제격이다. 70대 욕쟁이 할머니 오말순(나문희)이 별안간 20대의 몸이 되면서 겪는 유쾌한 소동을 그린 영화다. 20대로 변한 말순은 스스로 오두리라 이름 짓고 젊은 시절 꿈이었던 가수에 도전한다. 오두리를 연기하는 배우는 갓 스무살이 된 심은경. ‘써니’(2011·강형철 감독), ‘광해, 왕이 된 남자’(2012·추창민 감독)에서 나이답지 않은 원숙한 연기를 선보였고, 이번에는 몸은 20대지만 실상은 할머니인 캐릭터를 천연덕스럽게 연기한다.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를 쓰며 시원하게 웃어젖히는 모습부터, 모질게 지나간 세월을 회상하며 애잔하게 노래를 부르는 모습까지 맞춤하게 소화한다. 코미디만도 아니다. 후반부에 가슴 찡한 감동까지 선사하며 관객을 능수능란하게 웃기고 울린다. 성동일·박인환·이진욱·진영(B1A4)·김슬기 등 조연진도 화려하다. 15세 관람가.

청춘스타들을 앞세운 ‘피끓는 청춘’(이연우 감독)도 알고 보면 중장년까지 겨냥하는 영화다. 1980년대 초 충남 홍성이 배경인 ‘농촌 로맨스’다. 홍성 농고 여자 일진 영숙(박보영)은 같은 학교 최고의 바람둥이 중길(이종석)을 짝사랑한다. 하지만 중길은 서울에서 전학 온 소희(이세영)에게 정신이 팔려있다. 영숙을 좋아하는 홍성 공고 일진 광식(김영광)은 그런 중길이 눈엣가시다. 박보영·이종석 등 20대 배우들은 능청스러운 충청도 사투리를 쓰며 연애에 죽고 사는 혈기왕성한 청춘을 연기한다. 이들의 풋풋한 매력이야말로 이 영화의 핵심이다. 요즘 젊은 세대에게는 신선함을, 왕년에 빵집 데이트를 경험했던 중장년에게는 추억을 선사한다. 15세 관람가.

`넛잡: 땅콩 도둑들`

극장가에 오랜만에 찾아온 정통 멜로도 있다. ‘남자가 사랑할 때’(한동욱 감독)는 나이 마흔, 친구가 운영하는 사채업체에서 일하는 건달 태일(황정민)의 이야기다. 태일은 채무 관계로 얽힌 여자 호정(한혜진)을 만난 뒤 태어나 처음으로 진정한 사랑에 눈뜬다. 태일을 징그러운 벌레 보듯 하던 호정도 점차 그의 진심에 마음을 연다. 삼류 건달의 사랑이라는 점에서는 ‘파이란’(2001·송해성 감독)이, 시한부를 선고받은 남자의 이야기라는 점에서는 ‘8월의 크리스마스’(1998·허진호 감독)가 떠오른다. 이처럼 멜로 장르에선 이미 익숙한 소재이지만, 나름의 담백하고 잔잔한 화법이 마음을 울린다. 곽도원·정만식 등 명품 조연들도 극을 뒷받침한다. 15세 관람가.

미녀들의 액션 활극이 보고 싶다면 ‘조선미녀삼총사’(박제현 감독)가 있다. 조선시대 현상금 사냥꾼으로 활약하는 여자 삼총사 이야기다. 돈 되는 일이라면 가리지 않고 나서는 이들은 뜻하지 않은 사건에 휘말려 누명을 쓰고, 사라진 십자경을 찾아나선다. 이 영화의 중심은 다채로운 세 명의 캐릭터다. 뛰어난 무술 실력에 리더십까지 갖춘 진옥(하지원), 억척스럽지만 애교 있는 홍단(강예원), 말보다 주먹이 앞서는 열혈 성격의 가비(손가인)가 코믹한 사건들과 액션을 선보인다. 여기에 고창석·송새벽이 힘을 더한다. 12세 관람가.

`겨울왕국`

애니메이션이라면 디즈니 작품 ‘겨울왕국’(원제 Frozen, 크리스 벅·제니퍼 리 감독)이 한창 흥행중인데, 여기에 어린이 관객이 환호할 만한 ‘넛잡: 땅콩 도둑들’(원제 The Nut Job, 피터 레페니오티스 감독)이 새로 가세한다. 한국 제작사 레드로버가 캐나다 제작사 툰박스와 합작해 만든 작품이다. 땅콩 가게를 털려던 말썽꾸러기 다람쥐가 역경을 딛고 모두에게 사랑받는 영웅으로 성장하는 이야기다. 엔드 크레딧 영상에는 싸이를 닮은 캐릭터가 등장해서 ‘강남 스타일’ 춤을 추며 재미를 안긴다. 미국·캐나다에서 먼저 개봉해 좋은 흥행성적을 올렸고, 이미 2편의 제작 계획까지 발표됐다. 전체 관람가.

이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