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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합 곡의 방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정부미를 무제한 방출하겠다고 하여오던 정책이 돌연 혼합 곡만의 방출로 방향 전환했다.
물론 그렇게 되면 시중의 일반미가는 쌀 공급의 부족과 수요의 증대로 오르게 마련이다. 그런데도 정책은 일반미 값의 계속 안정을 꾀하겠다고 다짐하고 물가 단속을 최후의 수단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 또 그러면서도 올해부터는 외미 도입을 일절 하지 않겠다고 하던 방침을 깨고, 현미 14만3천t을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긴급 도입키로 하였다는 것이다.
쌀 공급이 부족하고 쌀 소비를 절약하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저미가 유지를 위한 정부미의 무제한 방출과 같은 정책을 쓰지 말았어야 옳았다.
그와 같은 정책은 결국 쌀 소비의 촉진과 권장을 가져오는 일이 되고, 급기야 정부 보유미의 감소로 쌀값과 양정의 불안을 초래하고야 마는 것이다.
이런 뜻에서 혼합 곡만의 방출로 전환한 정책은 그 자체 쌀 소비의 절약과 정부 보유미의 확보를 위해서는 도리어 타당한 정책 전환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은 종래의 저미가 유지를 위한 정부미의 무제한 방출 정책이 더 이상 지속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을 자인하는 처사가 되었다. 갈피를 못 잡는 양정의 시행 착오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혼합 곡만의 방출은 그 자체 단독 상품으로서의 쌀에 대한 수요의 증대와 공급의 부족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일반미 값을 크게 올리는 작용을 하는 것이다. 경제적 논리의 냉엄을 부정할 수 없다면 아무도 이를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혼합곡 방출 정책은 일반미 값의 상승을 전제하는 것이어야 하고, 또 일반미 값의 상승을 통해 일반미에 대한 수요의 억제와 공급의 증대를 기하고 쌀 시장의 균형화를 꾀하는 것이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도 정책은 일부 시장에서 이미 한 가마 1만8천8백원 선까지 오른 일반미 값을 억지로 정부 고시가인 1만2천원으로 내리지 않으면 단속하겠다는 것이다. 시장 논리를 떠나서 행정의 논리에 따르라는 것이다. 혼합곡 방출 정책에 의해 촉발된 일반미 값의 상승을 물가단속만으로 어찌 막을 수 있다는 것인지 적이 의문이다. 만약 막을 수 있다면 그 길은 일반미 거래의 중단과 쌀 시장의 폐쇄에서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쌀 소비의 억제와 공급 증대를 위해서는 도리어 시장 실세에 맡겨 두는 수밖에 없는 것이고, 또 그렇게 함으로써 새로운 균형 가격에의 모색을 기할 수 있을 것이다.
국제 미가가 비싸기 때문에 올해부터 외미 도입을 하지 않겠다고 발표한지 불과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정책은 다시 일본과 미국으로부터 t당 무려 7백「달러」씩이나 하는 비싼 외미를 서둘러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양곡이 부족하면 비싼 쌀보다도 싼 양곡을 도입하는 것이 우리의 모든 실정에 알맞는다.
그런데도 비싼 외미를 도입하겠다는 것은 결국 국내 양정의 기본이 저미가 정책의 고수와 그 당연한 결과로서의 쌀 소비 촉진에 있기 때문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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