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밍크」털로 낚은 「거액」 부정융자·사기수출 그 수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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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수출대전을 빼먹는 박영복사기수법의 장기는 신용장 위조였으며 그 미끼는 「밍크」털이었다.
신용장 위조가 수출금융의 「메커니즘」을 적절히 악용한 것이라면 「밍크」털은 바로 그 돈을 교묘히 빼내는 미끼요, 밑천인 셈.
한마디로 그는 수출확대에 물불을 가리지 않는 정부의 정책의 허를 파고 천재적인 사기성을 발휘했던 것이다.
박이 그의 융자수단으로 「밍크」털을 택한 것은 이번 사건이 적발되기 훨씬 이전인 71년3월부터.
당시 박은 「홍콩」에 있는「오퍼」상 「그레이트·오션」(대양통상)의 대표이자 일련의 그의 범죄행각의 배후 인물로 알려진 김경평씨와 짜고 2억원대의 「밍크」모피를 면세로 들여다가 토끼털로 바꾸어 위장수출 했던 적이 있다.
당시의 거래은행은 기업은행. 금녹통상의 대표였던 그는「홍콩」중국연합은행(UCB)으로부터 「밍크」가공제품인 「밍크·스툴」18만1천「달러」에 대한 신용장을 받고 이에 소요되는 수출용 원자재로 「밍크」모피 3천장(싯가1억9천3백만원)을 서울세관을 통해 면세 수입했으나 이 원자재를 수출 제조에 사용치않고 시중에 유출, 3천5백만원의 관세를 포탈했다하여 구속 기소됐었다.
당시 수사기관의 조사결과 박은 값비싼「밍크」털을 시중에 유출시킨뒤「밍크」가격의 10분의 1도 안되는 토끼털로 제품을 만든뒤 이를「코리아·밍크」라 하여「괌」도 등지에 수출, 물건이 도착하자마자 탄로난 것을 막기위해 현지에서 전량을 불태워 없었다는 것이다.
이 희대의 사기범죄는 하마터면 그대로 암장이 될 뻔했으나 그직당시 APU총회에 다녀오던 공화당소속 민병권의원이 월남에서 지면이있는 한예비역 장교로부터「금녹통상」이란 「트레이드·마크」가 붙은 타다 남은 수출품상자와 토끼털재를 전해받음으로써 꼬리가 잡히기 시작했다.
당시 그 예비역장교는 박이 위장수출한 제품을 JAL편으로 「괌」도에 수출한 직후 야외에 쌓아놓은 뒤 기름을 뿌려 불지르는 현장을 지켜본 한국교포로부터 전해 받았다는 것.
그러나 이 사건은 재판과정에서 원자재가 국내시장에 유출됐다는 증거가 없고 증거물로 제시된 금녹통상의「마크」가 들어있는 수출품 상자는 경쟁회사의 모략일지도 모른다는 재판부의 해석으로 1, 2심에서 계속 무죄를 선고받고 현재 대법원에 계류중이다.
박의「밍크」에 대한 미련은 그후에도 계속됐다. 왜 그러냐면 「밍크」수입이 세관 통관품목「체크」에 모호하게 해당되기 때문. 또 「밍크」의 감정은 우리나라 세관에서는 할 수 없고 일본·향항에서만 할 수 있어 그때그때 외국감정기관에 의뢰해야할 실정이라는 것. 이점에 착안, 박은 무역 품목으로「밍크」털을 대상으로 삼았다.
이번 서을은행융자부정의 경우 일명 치양모라고해서 어린양의 새끼털 같은 것으로, 부드럽기가 「밍크」뺨치는 정도이며 일본에서「코트」한벌에 1백60만원에 이른다는 것.
실제로 이번 사건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본 서울은행의 경우 수출금융으로 박에게 나간 18억6천여만원 전액이 이른바「밍크」모피를 사는데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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