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B의 지원 한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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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27일 폐막되는 「아시아」 개발 은행 (ADB) 연차 총회는 국제 경제 정세의 급변으로 그 어느 때보다도 비관적인 분위기에 휩싸여 있다.
역내 제국은 극소수의 자원 보유국을 제외하면 모두 비산유국일 뿐만 아니라, 동시에 식량 부족 국가·자원 빈약 국가이기 때문에 유류·식량 및 기타 모든 자원의 파동 과정에서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다.
유류 파동 하나만으로도 역내 제국은 연간 60억「달러」의 국제 수지 적자가 증가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터에 또 그 위에 식량 부족에 따른 외환 압박까지 받고 있는 것이다.
더우기 ADB의 개발 지원 기금은 주요 선진국의 출자 및 특별 출연 기금 그리고 은행 채에 의해서 조달되고 있는데 이들 재원조차 유류 파동의 여파 때문에 제대로 조달될 가능성이 적어졌다.
이러한 ADB의 강경 변화 때문에 「이노우에」 ADB 총재는 역내의 「인플레」 앙진·식량 부족·국제 수지 악화를 심각히 우려했을 뿐만 아니라 ADB의 재원 조달에도 비관적인 견해를 제시하게 된 것이다.
확실히 주요 선진국 경제는 심각한 파동의 여과로 개발도상국들을 지원할 여력을 잃어 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국 문제의 긴박성 때문에 타국을 지원할 의사조차 포기하는 상태에 있음을 상기할 때, ADB의 융자 능력이 제고될 전망은 크지 않다.
73년도의 ADB 융자 약정액이 4천6백만「달러」 밖에 아니 됨을 고려할 때, 선진 제국의 특별 배려가 없는 한 ADB의 개발 지원 능력은 이제 보잘것없는 것이 되고 말 공산이 짙다. 또 비단 ADB 뿐만 아니라 세계 은행이나 국제 금융 공사 등 국제 기구도 재원 조달의 애로 때문에 개발 지원 능력의 한계에 부닥치고 있는 실정이므로 60년대와 같은 저리 장기 차관은 사실상 국제적으로 소멸되는 과정에 있는 것이라고 보아야 할 듯 하다.
마찬가지로 저리 장기의 2국간 재정 차관도 국제 정세의 급변으로 급속히 줄어들고 있음을 주시할 때, 석유 파동·식량 및 자원 파동은 이른바 자원을 보유하지 않은 개발도상국들에는 가위 이중 삼중의 고통을 주는 시련이라 하겠으며 이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이냐가 참으로 난제이다.
그러나 국제 관계가 개발도상국들을 돌 볼 여유를 주지 않을 만큼 격변하고 있는 이상, 개발 도상국들은 싫든 좋든 자력으로써 엄청난 국제 경제 조류를 감당해 나갈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므로 국제 경제 질서가 재건될 때까지는 ADB도 별로 큰 기능을 발휘 할 수 없을 것이며 실질적으로는 선진국에 대한 불만의 토론장 역할 이장을 할 수는 없게 되었다.
남 재무도 ADB 총회에서 아주 개발 기금의 창설을 촉구하고, ADB는 재원 확보 정책에 우선적인 배려를 하라고 주장하기는 했지만, 그것이 선진 제국에 대한 불만 이상의 것이 되지는 못할 상황임은 어찌할 수 없는 것이다.
국제 경제 동향이 이처럼 엄청난 냉혹성과 이기주의적 색채를 노출시키기 있는 이 시점에서 우리는 다시 외향적 개발 전략의 문제점을 깊이 평가해 불필요가 있다. 이제 종전처럼 국내 경제의 어려움을 외화로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점에서 국내 정책을 보다 세련되게 운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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