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순간, 김진호는 휘성이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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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히든싱어’ 시즌2 파이널 왕중왕전 우승자인 김진호. 동작까지 휘성과 흡사했다. [사진 JTBC]

팬들의 감격스런 잔치였다. JTBC의 모창 대결 프로그램 ‘히든 싱어’. 시즌2의 피날레는 최종 우승자인 김진호(25·연대 화학공학과 3학년)씨와 원조 가수 휘성의 합동 무대였다.

 25일 밤 11시 서울 JTBC 호암아트홀에서 생방송으로 열린 ‘히든 싱어’ 시즌2 파이널 왕중왕전. 임창정 모창자인 용접공 조현민씨, 조성모 모창자인 뮤지컬가수 임성현씨와 함께 톱3의 대결을 펼친 김진호씨는 우승이 결정되자 눈물을 흘렸다. 김씨는 사전 온라인 투표에 이어 생방송 문자투표에서도 43% 득표율로, 상금 2000만원이 걸린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조현민, 3위는 임성현씨였다.

 그는 ‘휘성’편 3라운드에서 선보였던 ‘결혼까지 생각했어’를 다시 불렀다. 당시 휘성이 입고 나왔던 빨간 색 재킷을 입었다. ‘내 옷을 입고 노래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휘성의 선물이었다. 김씨는 “무대에 오르며 ‘나는 휘성이다’ 최면을 걸었다”고 했다.

“사실은 컨디션이 좋지 않아 무대가 만족스럽지 못했어요. 좀 더 멋있게 보여드리지 못한 게 후회되고 마음에 걸리네요. 어릴 적 우상이었던 휘성형을 한번 만나보는 게 소원이었는데 이런 큰 결과까지 주셔서 감사합니다. ”

2위를 차지한 ‘용접공 임창정’ 조현민(왼쪽). 군입대를 앞둔 뮤지컬가수 임성현이 3위였다.

 15살 때부터 휘성을 좋아해서 매일 화장실 거울 앞에서 똑같은 포즈로 노래 불렀다는 그다. “당연히 형 같은 가수가 꿈이었죠. 16살 때부터 알레르기 비염을 심하게 앓으면서 형 노래를 부르면 목이 망가지고, 그래서 가수의 꿈은 접었어요. 하지만 ‘히든 싱어’를 통해 잊었던 꿈을 다시 꾸게 됐어요. 가수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다른 본업을 하면서 작곡 등 음악을 병행하고 싶습니다.”

 그가 느끼는 휘성 음악의 매력은 “슬픈 감정을 극한으로 치달을 때 표현력. 여러 장르에 걸친 소화력, 끊임없는 탐구정신”이다. “그저 노래만 잘할 뿐 아니라 한마디로 인생에 배울 점이 많다”고 했다. 음악의 우상이자 인생의 멘토란 얘기다. “실제 만나면 연예인이니까 거리감이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전혀 그렇지 않더라구요. 정말 인간적인 분이에요. 연예인도 사람이란 걸 알게 됐달까요.”(웃음)

 “제 원래 목소리는 형하고 별로 안 비슷해요. 타고난 음색이 진짜 비슷한 건 성현이죠. 현민이 형도 잘 하시고요. 전 ‘히든 싱어’에 나오면서 휘성형에게 절 각인시키고 싶어서, 제 목소리를 녹음해 들으면서 열심히 했어요. 특유의 빠른 바이브레이션 같은 창법을 따라하니까 비슷하게 들어주시는 것 같아요.”

 스타를 좋아하는 팬들의 만남이라, 출연자들 사이에도 경쟁보다 우애가 앞섰다. 부산이 집인 조현민씨는 파이널 기간 동안 김씨의 방에 묵었다. “저희 셋, 아니 왕중왕전 나온 13명 모두가 경쟁이라고 생각 안 했어요. 서로 다른 가수의 모창인데, 순위가 의미 없잖아요. 그냥 제각각 1위라고 생각했고, 누가 우승하든 상금 2000만원의 절반은 고기 회식을 쏘자고 했죠. 그런데 고기를 1000만원 어치나 먹을 수 있나요? 이제 좀 후회되는데요. 하하”

 ‘사랑해 휘성’이라는 닉네임으로 경연에 나섰던 그는 “알아보고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한다”며 “이제는 다시 일반인의 삶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양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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