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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교역조건의 후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농가교역조건이 지난 1년 동안 매우 악화되어 농가수지는 72년 수준으로 후퇴했다. 국제「인플레」의 파급과 유류파동으로 일반물가가 크게 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곡가 정책을 집행해 온 그 동안의 정책 때문에 농가의 교역조건이 악화되는 것은 필연적인 추세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농가수지의 이 같은 계속적인 후퇴를 방치한다면 식량자급이라는 당면과제를 해결할 수 없거니와 도농간의 소득격차를 해소시키겠다는 정책목표도 실현될 리 없다는 점에서 깊은 배려가 없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그 동안의 농정사를 보거나 경제정책 사를 보아 농업부문이 항상 경제적·사회적인 완급지대로서 편리하게 이용되어 왔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저임금을 개발전략의 전제로 세워 온 전통은 필연적으로 임금재인 곡가 특히 쌀값을 눌러야 한다는 사고를 일반화 시켰다.
그러나 저임금이란 실상 생산성 향상에 가장 큰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 분배관계를 악화시켜 소득계층간의 격차확대와 지역적 격차를 확대시킨다는 측면을 이제 우리도 이 이상 외면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런 뜻에서도 끈질기게 흐르고 있는 저곡가-저임금이라는 종래의 도식적 사고는 시정되어야 할 시기가 온 것이다.
더우기 국제자원 파동을 계기로 이제 식량문제는 전혀 새로운 차원에서 평가되어야 할 상황임이 분명한데 그렇다면 저곡가 정책이 지속되어야 할 이유를 찾기는 힘들다.
솔직히 말하여 수입소맥의 소비를 위하여 지급하는 보조금을 맥류증산에 투입했다면 식량자급이 그렇게 어려운 명제는 아니었을 것이다. 사리가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저곡가 정책을 위해서 재정적자를 감수하고, 그럼으로써 식량소비를 촉진시키고, 다시 수입을 증가시키는 지금의 악순환을 고수하는 것은 설명되기 어렵다.
또 수입원가로 역산한 쌀의 수입가가 가마당 2만5천원 수준에 있는 실정에서 국내 쌀값을 소매로 가마당 1만2천원에 묶는다면 우리는 식량소비보다는 식량수입을 위해서 곡물정책을 집행한다는 모순에 빠지는 것이다. 물론 국제식량 사정이 좋아서 이른바 국제분업을 전제로 하는 개발전략이 우려로 하여금 식량자급을 필요로 하지 않게 하는 것이라면 종래의 정책에도 타당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제 그러한 안이한 가정이 완전히 깨진 이상, 개발전략의 전제자체를 새로운 환경에 부합하도록 전환시켜야 할 것임은 너무나 분명하다.
국산양곡보다 비싸진 식량을 외국에서 수입해 보았댔자 그것이 저임금정책을 이제 뒷받침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식량수입「코스트」를 식량자급기금으로 투입한다는, 새로운 자세에서 곡가정책을 다루고, 그에 따라서 임금수준이 조정되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아니 되는 것이며 오히려 그것은 국민경제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한번은 겪어야 할 진통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우리가 자원파동을 계기로 자원대체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하면서 그 가능성이 가장 큰 식량자급에는 아무런 실질적인 유인을 주려 하지 않는 것은, 소를 위해 대를 버리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개발전략이라는 기본적 차원에서부터 수정되지 않고서는 오염문제·식량자급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임을 특히 강조하면서 농정 특히 곡가 정책의 대담한 전환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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