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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매치기와 경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소매치기와 경찰간의 일화는 많다. 호남지방에서는 소매치기를 하던 사람이 과거를 씻고 상납을 했던 경찰관을 고발하여 화제가 되었고, 서울에서는 소매치기 당한 사람이 두 번이나 범인을 잡아 경찰에 인도하였으나 경찰서 풀어놓아 뭇매만 맞았다는 호소가 보도되었다. 오랫동안 외국에서 살다가 귀국한 사람들은 소매치기의 밥이 되기 일쑤이며, 아무리 현행범인 소매치기를 잡더라도 경찰이 입건을 하지 않아 피해회복을 못했다는 일조차 드물지 않은 것으로 전하여진다.
정말 경찰이 소매치기를 잡을 생각이 있는지, 아니면 항간에 나도는 말처럼 경찰이 도리어 소매치기의 보호자로서 뒤를 돌봐 주고 있는지 알고도 모를 노릇이다. 미국이나「이탈리아」에서도, 경찰「보스」들이「마피아」단과 같은 범죄단체로부터 상납을 받아 치부하여 말썽을 빚고 있는 사례는 없지 않다.
유명한 영화『대부』에서도 경찰은 질서의 상징이 아니고「마피아」조직에 얹혀 사는 얼빠진 희극배우와 같은 존재로 묘사되어 사회적으로 큰「센세이션」을 일으킨바 있다. 이래서 미국이나「이탈리아」에서는 귀중한 물품을 소매치기 당하면 고찰에 부탁하여 다시 사들이는 방법밖에 없다고 한다. 그 때에는 돈이 더 들 수도 있고, 헐값에 살수도 있다고 하여 이것 또한 하나의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이런 예가 과연 우리의 경우에도 있을 수 있는 것인지는 물론 단언할 수 없다. 그러나 항간에서 소매치기는 잡지 않는 것이라는 말이 돌고 있는 것은 어느 정도 사실을 반영한 말인 것도 같다. 만원「버스」속에서 감쪽같이 양복 주머니와 여자들「핸드백」을 찢는 소매치기들을 운전사나 차장들은 대개 알고 있으며 교통순경들도 알고 있다 한다. 소매치기 단은 대체로 구역을 정하여 바람잡이 하수인뿐만 아니라 무마책까지 한꺼번에 행동하는 것이 통례이기 때문이다..
이들 무마책들은 대개가 전직경관이거나 경찰과 잘 통하는 속칭「얼굴 넓은 사람」들이다. 이들은 여러 가지 신분증을 가지고 있고, 의젓한 신사를 가장키 위해「롤렉스」시계 등 고가의 귀중품을 갖고 다닌다. 하수인들이 잡히면 귀중품을 상납하고 이른바「쇼브」(흥정)를 한다고 한다. 따라서 경찰관은 번연히 알면서도 소매치기를 잡지 않는다고 한다. 이것이 현실이라면 참으로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경찰은 이러한 소매치기와의 관련설을 부인하기 위해서도 소매치기를 근절시켜야 할 것이다. 소매치기를 잡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소매치기들은 전과범들이 많고 또 다년간의 경력자이기 때문에 일선 경찰관들도 그 계보는 파악하고 있으며 차장이나 운전사들조차 다 알고 있기 때문에 경찰은 이들의 제보를 받아 범인들을 신속히 잡아들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만약에 경찰이 소매치기를 잡지 않는다면 검찰이 직접 개입하여 검찰권을 발동하여야 할 것이다.
검찰과 경찰은 봄만 되면 치기배일제단속을 해 왔는데 금년에는 아직까지 일제단속을 하지 않고 있는데 그 이유가 나변에 있는지 궁금하다. 봄철이나 겨울철에 두툼한 옷을 입고 있는 것을 노려 치기배들이 횡행하고 있는데 이들의 소탕이야말로 국가의 위신을 회복하는 길도 될 것이다.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와서「버스」를 타고도 안심할 수 있어야 관광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버스」만 타면 거의 틀림없이 여권을 비롯, 모든 소지품을 소매치기 당하는 일이 일어난다고 하면 누가 감히 관광차 한국에 오려고 할 것인가. 검찰과 경찰의 분발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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