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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혀진 「적화 통일 음모」|울릉도 거점 간첩단 10년 암약의 시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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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중앙정보부는 15일 상오 10여년래 북괴 노동당의 지령을 받고 울릉도를 것점으로 서울·부산·대구 등 도시와 그밖에 전북도 등 농촌 일대에서 지하망을 구축, 암약한 대규모 간첩단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총 관련자 47명에 이르는 울릉도 거점 간첩단은 과거 10년 동안 일어났던 갖가지 간첩 사건 중 조직 규모로나 활동 목적으로 보아 통일혁명당 사건 (68년7월 적발, 총 관련자 69명)이래 가장 큰 사건이었다. 신직수 중앙정보부장이 밝힌 것과 같이 이번 간첩 사건은 『북괴가 겉으로는 평화 통일 주장을 구호로 내걸고 있으면서도 실상은 대남 통일 정책을 어디까지나 폭력적인 적화 혁명으로 이룩하려는 저의를 그대로 드러낸 것』에 특색이 있었다.
통혁당 사건·임자도를 것점으로 한 지하당 간첩 사건 (68년6월 적발) 등 지금까지 여러 차례 간첩단이 적발되기도 했으나 이번 울릉도 거점 간첩 사건은 특히 간첩들의 활동 양상이 혈연 지연을 동원하고 경제적 기반을 구축하는 등 지능적 전술을 썼다는 것이다.
정보부 발표에 따르면 그같은 분석으로 간첩들은 정계·경제계·학계·군부·농어촌의 지도층 등 각계에 폭넓게 침투, 각종 위장 「서클」을 만들고 학생 동원에 있어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대학 총장 운동까지 하고 수도권 주변의 군장성 포섭을 시도하는 등 간첩 활동을 통해 직접적으로 정부 전복을 꾀했다는데 특이한 정체를 드러냈다는 것.
북괴가 이 간첩단을 얼마나 중요시했나 하는 점은 이성희 (47)가 동경 대학 유학 중 「아오모리」현에서 청진항에 입북했을 때 외국 수상이나 태우는 전용기 편으로 북괴까지 태워 갔으며 북괴 부수상 김일·노동당 조직부 부부장 유장식, 전 노동당 연락 부장 이효순 등이 직접 나와 활동 지령을 했다는 것으로도 알 수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볼 때 북괴는 여전히 공산주의 특유의 전략인 통일 전선 기구를 내세워 종국적으로는 적화 혁명을 노리는 수단을 쓰고 있음이 분명하다는 평가이다.
신 정보부장은 이날 『북괴는 그들의 사상 체계를 망라하기 위해 제 정당·사회 단체 등 종교 단체를 끌여 들여 정치적인 연합체를 형성, 폭력적 수단으로 대남 적화 통일을 기도하고 있다』고 밝히며 울릉도 간첩 사건도 바로 이같은 적화 통일을 위한 폭력적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남북 공동 성명이래 우리측은 대화의 광장에서 평화 통일을 위해 여러 가지 인내로써 대화를 계속하려고 노력해 왔다.
그러나 저들은 남북간에 평화가 진행되고 있는 사이에도 대남 무력 혁명을 버리지 않은 채 6·23 선언을 거부했고 박정희 대통령의 남북 불가침 협정 체결 제의도 계속 거절했다.
한편 남북 조절위 회담도 별별 궤변과 트집으로 정체시키고 남북 적십자 회담 역시 계속 교묘한 방법으로 미루고만 있는 상황.
실례로 북괴측은 정당·사회 단체 대표의 참석이나 반공법 철폐 등을 이유로 이날까지 평화적 통일을 위한 대화를 기피해온 것이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대남 무력 통일화를 위한 전쟁 준비를 완료했다고 공언할 정도이고 실제로 서해 백령도 등지에서 무력 행위 도발을 자행했으며 휴전선 근처에 해·공군 전초 기지를 구축하는 등 군사적 긴장 상태를 조성하는 실정인 것이다.
신직수 중앙정보부장은 17일 울릉도 간첩단 사건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북괴의 대남 공작의 기본 목표는 평화 통일이 아니라 바로 무력 적화 통일에 있는 이상 일부 국내의 유신 체제 비판에 편중, 그들의 전술을 이 방향에 이용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고 현 정세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괴측은 항상 『남한의 사회적 혼란 시기나 경제적 위기가 있을 때마다 마치 4·19나 6·25와 같은 무력화의 결정적 시기로 보고 있기 때문에 이번처럼 간첩단의 활동을 국민의 협조로 발본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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