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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관 서두는 「미술회관」|미술인 공동의 광장 될 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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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현대 미술품의 전시와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미술공관이 정부의 문예중흥계획에 따라 화상의 거리 가까운 안국동「로터리」(관훈동 154·전 덕수병원건물)에 설치된다. 한국문화예술 진흥원은 오는 22일 미술회관이 개관된다고 발표하고 그 대체의 운영방침을 밝혔다.
이 미술인의 집은 2층 건물로 연건평 2백여평. 그 절반은 전시장으로 쓰고 절반은 미술품의 상설전시를 통한 매장. 또 따로 휴게실을 두어 미술인의 회합에 활용하는 한편 주류와 각종 음료를 팔아 말하자면 대화의 광장으로 제공케 된다.
문예진흥원은 이 회관을 마련하기 위해 이미 건물 전세료 2천만원을 들였고 건물내부를 개조 수리하는데 5백만원 이상 투자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회관사무장엔 권재영씨를 임명했고 운영상의 모든 문제를 자문할 9명의 운영위원회를 구성, 금년들어 몇 차례 회합을 가지면서 운영안을 검토해왔다.
그 위원은 김원(위원장·양화) 김세중(조각) 이경성(미술평론) 이세득(양화) 장우성(동양화) 김충현(서예) 박광진(양화) 장상규(문공부) 조성길(문공부) 제씨이다. 이런 위원회 구성이 입증하듯이 회관이 수용하는 미술인구는 회화·조각·서예 등 순수 미술분야에 국한하고 있다.
문예진흥원이 미술분야의 첫 주요사업으로 회관설치를 서두른 것은 「미술인의 창작의욕을 진작시키고 미술인구의 저변확대를 이룩하려는데」그 취지가 있다. 미술 제작이란 개인적인 활동이므로 공동의 발표와 집회의 자리를 베풀어주고 판매 촉진과 저렴한 대관료로 전체 미술계에 한결같은 혜택을 주려는 것이다.
그러면 이 전체 미술인의 집이 과연 개개의 미술인에게 얼마나 혜택을 줄 수 있을 것인가. 2개실로 된 일반 전시장은 회관자체의 기획전과 일부 대여로 메울 예정이다. 대여의 경우 시중일반 화랑 대여료의 절반, 즉 1일 3만원이라면 1만5천원정도 받을 것이라고 하는데 이는 회관 자체의 독자적 채산을 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진흥원의 입장은 이미 건물에 투자되는 것 이외에는 앞으로 회관운영비를 보조할 뜻이 없으며 오히려 여기서 벌리는 것을 지방회관설치에 돌릴 수 있기를 기대하는 실정이다.
그래서 무료 대여하는 국립공보관보다는 잘 꾸며야하지 않겠느냐고 하지만 시중의 다른 화랑의 시설과 조건에는 도저히 따를 수 없는 예산이라고 관계 운영위원은 토로한다.
그러나 보다 문제는 일반전시장보다는 매장에 있어서이다. 상설전시장로 개방될 매장에서는 어떤 개인적 기호나 특정의 제한 없이 원매자의 작품이면 다 전시, 판매할 일종의 공판장이다. 그 수수료는 l∼2할 예상.
하지만 1백평 미만의 진열실에 전체 미술인의 작품을 골고루 갖춰 놓을 수는 없기 때문에 일정 수준의 작가에 제한될 것이라고 한 관계자는 내다봤다. 즉 미술계의 중진급에 한하게 되지 않겠는냐는 것인데 만약 이렇게 매장이 운영될 때 「미술인구의 저변확대」라든가 「범 미술계의 행사」라는 회관본연의 임무와는 상반돼 모처럼 마련한 공동의 광장이 빈축의 대상으로 전락할 우려마저 없지 않은 것이다.
곧 갖게되는 개관기념전시회(22∼31일)는 그 첫 저울질이 될 것으로 내다보인다. 작품규격을 10호 이내로 제한하고 있으므로 이른바 「팔리는 크기」의 출품이다. 하지만 진흥원은 출품의뢰자의 한계에 대해서는 아직 밝히기를 꺼리고 있다. 이번 개관전은 매장비치용 준비를 겸한 셈이므로 추상계열과 소장층 흡수가 자못 주목되고 있다. <이종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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