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총련 수배자 법절차로 해결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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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새 정부가 한총련(한국대학생총연합) 합법화와 수배자 문제의 해법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문재인(文在寅) 청와대 민정수석이 며칠 전 장기 수배자 가족들을 만나 '5월까지 매듭'을 약속한 데 이어 어제는 노무현(盧武鉉)대통령도 이 문제를 공식 거론했다.

일각에서는 대통령 취임기념 특별사면에 즈음해 한총련 관련자의 수배 해제를 검토한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우리는 수많은 젊은이들이 수배자로 떠도는 안타까운 현실이 시급히 해결돼야 하지만, 그 과정은 어디까지나 국민의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법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본다.

1998년 한총련이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로 판결을 받은 이후 지금까지 간부 7백80여명이 구속됐고 현재도 1백80여명이 경찰과 검찰의 수배를 받고 있다. 주로 대학 구내에 숨어 지내는 이들은 장기 도피생활로 건강을 해치는 일이 잦고, 수사기관의 감시를 받는 가족들의 괴로움도 클 수밖에 없다.

최근 한 대학 강당에 모여 의료단체의 건강검진을 받는 수배자들의 모습을 TV에서 본 盧대통령이 안타까움을 표시한 것도 한편으로는 이해할 만하다. "한총련 수배자 양산은 국제적 망신"이란 文수석의 말처럼 한총련에 참여하고 있는 대학의 총학생회 간부가 되면 자동적으로 한총련 대의원이 되어 사법처리 대상자로 분류되는 불합리점도 지적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수배자들이 엄연히 실정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사실로 접근돼야 한다.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수사기관에 자진 출두해 떳떳이 사법처리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최근엔 당국도 이들이 자수해 한총련 탈퇴서를 쓸 경우 기소유예로 풀어주는 등 형식적인 처벌만 하는 상황이다.

사정이 이런 데도 일부에서 주장하듯 '국가보안법에 대한 불복종 차원'에서 버티며 정치적 해결만을 요구해서는 곤란하다. 또 이런 방식이 사회적으로 용인되지도 않는다. 한총련 스스로도 강령과 규약을 우리 법에 맞도록 고쳐 국민에게 변신한 모습을 먼저 보여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