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로쇠 나무 '괴로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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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나친 고로쇠물 채취로 지리산 등 국립공원이 몸살을 앓고 있다.

지역주민의 봄철 소득원으로 각광 받으면서 나무마다 많게는 5~6개씩 구멍이 뚫리는 건 보통이다.

또 산중턱에서 마을까지 긴 호스를 연결하면서 주변 자연도 훼손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은 이에 따라 관련법규를 개정해 국립공원 내 고로쇠 수액 채취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시민의 모임 관계자는 "지난해 뚫은 구멍이 채 아물지 않은 나무에 다시 구멍을 뚫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산림청의 채취 규정에 따르면 나무굵기에 따라 2개 이하의 구멍만 뚫고 채취 후에는 반드시 구멍을 메워야 하지만 대부분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나무가 약해져 여름철 풍수해 때 쓰러질 우려도 있다.

드릴로 구멍을 뚫는 소음도 문제로 지적됐다.

지리산에 방사 중인 반달가슴곰 두 마리 가운데 장군이는 2월 초 소음 때문에 겨울잠에서 깨어나 거처를 옮기기도 했다. 반달곰 관리팀 관계자는 "잠에서 깨어난 곰과 주민이 마주칠 가능성도 있어 제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고로쇠 수액 채취를 통한 수입은 1997년 36억원대에서 2001년에는 63억원대로 급증했다.

지리산.내장산.덕유산.한려해상 등 국립공원 내 채취 허용면적도 2001년 7천2백87㏊에서 지난해 7천5백59㏊로 꾸준히 늘고 있다. 가장 규모가 큰 지리산은 지난해 허용면적이 6천9백여㏊에 달한다.

시민모임 관계자는 "주민의 소득원인 점을 감안해 10년 정도 유예기간을 두고 국립공원 바깥에 채취단지를 조성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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