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탐 가산점은 특목고 우대" … 일반고, 서울대 입시안 반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서울대 입시안에 대해 고교 진학담당교사 모임인 전국진학지도협의회(이하 전진협)가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전진협 측은 “국립 서울대가 사회 통합을 위한 정부 정책 취지를 저버리고 우수 집단 학생만 선발하려 하고 있다”며 교육부에 조치를 요구했다. 하지만 서울대 측은 “다른 상위권대에 비해 일반고를 더 배려하는 데 억울하다”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진학담당 교사들과 서울대가 입시안을 놓고 충돌한 것은 이례적이다.

 전진협(사무총장 김동춘 대전 대성여고 교사)은 21일 ‘시대를 역행하는 서울대 입시정책에 대해 시정을 요구한다’는 제목의 자료를 냈다. 김 사무총장은 “전국 진학교사 1만 명이 속해 있는데, 공동대표단의 논의를 거쳤다”고 밝혔다.

 서울대가 올해 고1이 되는 학생들이 치르는 2017학년도 입시부터 수능 과학탐구II(심화 내용) 두 과목 응시자(자연계)에게 가산점을 주기로 한 것부터 도마에 올랐다.

김 사무총장은 “지난해 말 2015학년도 입시안을 발표하면서 서울대가 ‘과탐 II+II’ 응시자에 대한 가산점 내용을 넣었는데, 일반고에선 과학II를 두 과목이나 가르칠 여건이 안 된다”며 “교육과정 자율권이 큰 과학고나 전국단위 자율고에 유리하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 입학관리본부 김경범 교수는 “과학II를 한 과목만 배우는 학생이 많아 물리를 안 배우고 물리학과에 들어오기도 한다”며 “서울대 자연계에 오려는 학생이라면 고교에서 과학을 제대로 공부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올해부턴 일반고도 교육과정 자율권이 확대돼 과학II 과목 추가 수업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진협 측은 서울대가 올해 고3이 치르는 2015학년도 수시에서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올린 것에 대해서도 ‘일반고 차별’이라고 문제삼았다. 서울대는 전국 고교에서 고루 뽑는 지역균형선발전형의 최저학력기준을 ‘국어·영어·수학·탐구 중 2개 영역 2등급 이내’(2014학년도)에서 ‘3개 영역 2등급 이내’로 바꿨다. 김 사무총장은 “과도한 입시부담을 줄이려는 사회적 요구에 정면 도전한 것이며 서울대 결정이 다른 대학 수능 최저기준에도 도미노식 영향을 미쳤다”며 “지금까지도 수능 최저기준을 못 맞춰 불합격한 일반고생이 많은데 올해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에 서울대 김 교수는 “지역균형으로는 어차피 일반고생이 들어오는데, 2개 영역 2등급 때는 자연계에 수학·과학은 안 하고 국어·영어만 잘해서 진학하는 경우가 있어 보완책을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진협 측은 서울대가 지난해에 비해 지역균형 선발 인원을 11.4% 줄인 반면 일반전형은 9.2%만 줄였고, 수능 비중이 높은 정시를 늘린 것도 특목고·자율고에 유리하다고 지적했다.

서울대 측은 “숫자로 따지면 일반전형이 훨씬 많이 줄었다”며 “모든 대학이 정시를 늘리는 중에 학생부를 주로 보는 수시 비중을 덜 줄이려 노력했다”고 반박했다.

김 사무총장은 “2014년 대입 정시 면접·구술고사 평가 내용이 원서접수 이틀 전까지 두 차례 변경됐고, 제2외국어·한문을 인정하던 산업공학과가 다른 유형으로 바뀌는 바람에 준비해 온 학생들에게 혼란을 주는 등 ‘입시 3년 예고제’를 흔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성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