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만 - 원입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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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성인(聖人)은 ‘지혜와 덕이 매우 뛰어나 길이 우러러 본받을 만한 사람’을 이르는 단어다. 세계 4대 성인으로는 흔히 공자, 석가, 예수, 마호메트 또는 소크라테스를 꼽는다. 또한 성인(聖人)은 가톨릭 교회에서 일정한 의식에 의해 성덕이 뛰어난 사람으로 선포된 이를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이런 ‘성인’을 발음할 때는 앞의 ‘성’을 길게 해 ‘성-인’으로 소리 낸다. 그런데 ‘다 자라서 어른이 된 사람’을 일컫는 말도 한글로는 똑같이 ‘성인’이다. 한자로는 ‘이룰 성(成)’을 써서 ‘成人’으로 적는다. 이때의 ‘성’은 짧게 발음한다.

 “성인 두 명, 어린이 두 명 예약하려고 하는데요.” “이곳에는 성인만 입장할 수 있습니다.” “미세먼지는 어린이뿐만 아니라 성인에게도 해로우므로 외출을 자제하시기 바랍니다” 등에서 ‘성인’은 문맥상 ‘어른’을 뜻하는 경우여서 앞의 ‘성’을 짧게 해서 [성인]으로 발음해야 한다. 그런데도 이런 상황에서 ‘성-인 두 명’처럼 길게 소리 내 일반인을 공자님, 예수님 수준으로 격상시켜 놓는 것을 주위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세상살이가 힘들고 혼란스러운데 [성:인]들께서 그렇게 많이 등장하면 좋기야 하겠지만 ‘어른’을 뜻하는 ‘성인’은 짧게 발음한다는 것을 기억하자.

 장음과 관련해 자주 틀리는 단어가 또 하나 있다. 요즘 엘리베이터는 탈 때 사람이 정원을 초과하면 스스로 이 상황을 소리 내어 알려준다. “만-원입니다. 다음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주십시오.” 만원(滿員)은 ‘찰 만, 인원 원’으로 ‘미리 정해놓은 인원이 다 참’을 의미한다. 이때 ‘만’은 짧게 발음해야 한다. ‘만-원’이라고 길게 발음하면 1000원의 10배인 1만(萬)원이 된다. 엘리베이터 한 번 타는 데 1만원이라니 너무하지 않은가. 옛날에는 극장에 관객이 꽉 찰 경우 매표소에 ‘만원사례(滿員謝禮)’라는 문구를 붙여 성황을 이뤄준 관객들에게 감사를 표했는데 이때도 마찬가지로 ‘만원’의 ‘만’을 짧게 발음한다. 반면 ‘만감이 교차하다’ 할 때의 ‘만감(萬感)’은 ‘만-감’으로 길게 발음한다.

김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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