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군 존중하지 않으면 안보가 흔들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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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경기도 군포의 한 주택개발지구에서 어처구니없는 군 기피 현상이 벌어졌다. 군이 이 지구 아파트를 관사로 구입하자 일부 입주예정자들이 구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군은 부근 부대의 장병과 그 가족이 머물 관사로 수십 채를 사들였다. 이에 일부 입주민들이 군이 있으면 거주 여건이 불안정해지고, 아파트 시세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며 반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전북 임실에서 들려온 소식도 우려스럽다. 육군 35사단이 옮겨오자 일부 주민이 확성기를 틀어놓고 장병을 괴롭히고 있다는 것이다. 군 부대 앞에서 24시간 투쟁가·장송곡 등을 틀어놓고 부대를 내쫓기 위해 소음 공세 중이라고 한다. 이런 상황이 한 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장병은 불면증을 호소한다는 것이다. 지자체가 확성기 앞에 방음벽을 둘러치자 시위대는 철탑을 세워 확성기를 더 높였다고 한다. 상식 밖의 지역이기주의가 돌출된 것이다.

 군 부대 이전에 따라 지역주민이 불편을 겪는 경우는 종종 벌어진다. 대대로 살아온 삶의 터전을 떠나야 하는 주민들의 처지를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이로 인한 금전적인 피해도 합리적인 선에서 보상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임실의 경우는 도가 지나치다. 적절한 보상과 적법한 수용 절차에 따라 군 부대 이전이 추진됐다. 이전 도중에 주민들이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이의를 제기, 법정까지 간 사안이다. 이후 환경영향평가가 다시 이루어졌으며, 결국 대법원은 군의 손을 들어주었다. 절차에 하자가 없고 법적 판단까지 받아 옮겨온 부대를 “침략자는 물러가라”고 외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 군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공공분양 아파트의 일부를 관사로 쓰는데 규정상 아무 문제가 없다. 물론 일부 입주예정자의 주장이겠지만, 그 반대 이유는 상식에 반한다.

 한국 사회에서 군(軍)은 다른 공공시설과 성격이 다르다. 좁은 한반도에 100만 명이 넘는 군인들이 대치 중이다. 북한은 걸핏하면 “남한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협박하지 않는가. 불과 얼마 전 장성택의 공개처형을 접하며 굳건한 안보의 필요성을 절감하지 않았는가. 한편으로는 북한의 위협에 불안해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국가안보를 책임지는 군인과 그 가족을 외면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처사다.

 시위대와 일부 입주예정자는 역지사지(易地思之)할 필요가 있다. 그 군 부대에 자신의 아들이, 그 아파트에 자신의 부모가 있다고 생각해보라. 군을 존중해 주지는 못할망정 “떠나라”고 외쳐대는 장면을 어떻게 받아들이겠나. 반대 세력 스스로 설득력 없는 주장을 거두어 들이길 기대한다. 정부도 불법 행동에 대해서는 단순한 ‘님비 현상’이라 간주해 방치해서는 안 될 일이다. 사회가 군을 존중하지 않으면 국가 안보가 흔들릴 수 있음을 모두 가슴에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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