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8500명, LG 1만2000명 … 공채 줄여 더 좁아진 취업 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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뽑는 방식에 변화가 생기고 있지만 대기업 취업 문은 올해도 좁다. 특히 대기업 가운데 매출액 31~100위권에 있는 중대형 규모 기업의 올해 채용은 큰 폭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현대차 같은 대형 기업에 지원자가 몰리는 현상은 별반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15일 새 채용 제도를 공개한 삼성 그룹은 올해 1만2000명가량을 뽑을 예정이다.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현대차그룹도 지난해 수준인 8500명 안팎에서 채용 규모를 결정할 방침이다. 10대 그룹 중 채용 규모가 늘어나는 곳은 SK그룹 정도다. SK는 지난해 7650명을 뽑았는데 올해는 8000명 수준으로 늘린다. 이 가운데 약 3000명은 고졸자를 뽑을 예정이다. SK텔레콤은 채용 정원의 30%를 지방대생에게 배정한다. 경영 상황이 좋아지고 있는 금호아시아나그룹도 지난해보다 100명 많은 2000여 명을 채용할 방침이다. 반면 지난해 1만4500명을 뽑았던 LG그룹은 모집 인원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LG그룹 관계자는 “계열사별로 뽑기 때문에 전체 규모를 확정하긴 어렵지만 1만2000명 수준에서 탄력적으로 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중대형 규모 기업 취업은 지난해보다 치열해진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매출액 상위 31~100위권 기업 중 채용 계획이 확정된 32개사는 올해 4076명을 뽑기로 했다. 지난해 신입사원 4439명에 비해 8.2% 줄어든 규모다. 전수봉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있지만 아직 상당수 기업은 경기 회복세를 확신하지 못하고 있어 채용 규모를 쉽게 늘리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확실한 세계 1등 제품이 적은 중대형 규모 기업일수록 이런 경향이 큰 셈이다.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 중 올해 채용 계획이 확정된 234곳 전체로는 총 3만902명을 뽑을 예정이다. 지난해보다 채용규모가 1.5% 줄었다. 기업당 평균 채용도 127.2명으로 지난해보다 1.9명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경기가 채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채용이 지난해보다 줄어든 업종은 장기 불황 상태인 건설업(-13.8%)과 섬유업(-9%), 조선·금속업(-1.3%) 등이었다. 경제 살리자는 얘기가 남의 일이 아닌 이유다. 전수봉 본부장은 “지난해의 경우 77%는 목표대로 채용했고, 14%는 계획보다 채용을 늘렸다”며 “올해도 경기가 확연히 좋아지면 채용 인원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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