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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영병 검문하고도 몰라 금년 들어 경찰자체 해결사건 고작 14%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경찰의 연말 경비태세가 허점투성이다.세모를 앞두고 서울 도심지에서 잇달아 두 번이나 저질러진「카빈」 탈영병「택시」강도사건 및 1명의 사장자를 낸 부산 「주촌」주점 방화참사 사건 등은 경찰수사체제와 예방경찰의 기능강화를 위한 근본적인 재정비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있다.
이 같은 필요성은 이 정수 피납 사건과 구로공단「카빈」강도사건 등 최근에 발생한 대부분의 강력사건과 사고들이 날로「스피드」화 및 대형화해가는 새로운 양상을 보여왔는데도 이와 맞서는 경찰의 수사체제와 사고방식은 아직도 고루하고 허점투성인 채 개선돼가는 기미를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카빈」탈영병 연쇄「택시」강도사건의 경우에도 범인 이태승 일병(21) 은 1차 범행 뒤 35분만에 다시 「택시」를 타고 운전사를 위협, 서울 중심가를 달리며 두 번째 범행을 저질렀다.
범인을 태운「택시」운전사는 홍은동 고개에 이르렀을 때 앞에 경찰 순찰 백차가 있는 것을 보고 일부러 깜박이와「헤드라이트」를 켠 채 차선을 위반하면서 달렸으나 경찰 백차는 끝내 단속해 주지 않았다.
범인은 명동에서 차를 내려 남대문시장에서 「쇼핑」을 한 뒤 한남동 정원여관까지 도착했다.경찰은 1차 범행 뒤 바로 서울 전역에 비상망을 폈으나 2차 범행을 예방치 못 했을 뿐 아니라 범인이 서울시내를 돌아다닌 3시간동안 가두검문조차 아무 효과를 못 보았다.
특히 범인이 여관에 든 뒤1시간만인 4일하오9시쯤 경찰관과 방범대원 2명이 인검,범인의 얼굴을 보고서도 학생이라는 속임수에 넘어가 검거의 기회를 놓쳤다.
강력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범인들의 범행수법이 갈수록 대담해지고 거리낌없이 재범을 저지르는 현상들은 무엇보다도 범행간에만 잡히지않으면 성공한다는 최근의 무력해진 경찰수사력에 대한 불신풍조가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올들어 전국에서 발생한 살인· 강도· 강간· 방화 등 강력사건 2천4백63건 가운데 경찰이 범인을 검거한 것은 2천3백79건으로 6%의 검거율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 가운데 대부분범인이 직접 자수 하거나 주민의 신고등으로 운좋게 해결한 사건이 전체 검거율의 86%이상을 차지한다.
경찰의 자체 수사력으로 해결한 사건은 고작 14%에 지나지 않는다.
이 같은 경찰수사의 무능은 ①성급한 수사포기 ②관할밖의 주요사건에 대한 관심부족 ③과학수사력 부족
④기소중지자 등에 대한 계속수사 소홀 ⑤상호 정보 교환 불이행 ⑥끈기와 인내심 등 정통적인 형사 근성의 결여⑦낡은 장비 ⑧수사비 부족 등의 문제점 때문이라고 지적되고 있다.
치안국 집계에 따르면 지난72년부터 지난 10월말까지 전국에서 해결을 보지 못한 강력미제사건은 72년의 14건,올들어 14건 등 모두 10건에 이르고있다.
이 가운데는 강도살인사건8건,살인7건으로 범인이 금품을 노렸거나 원한 관계 등으로 사람을 죽인 사건이15건으로 전체의 63%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사건들은 거의가 차량과 총기를 동시에 사용하는 등 세상을 놀라게 한 사건 들이면서도 해결의 전망은 어둡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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