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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종 공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두 가지 신종공해에「쇼크」를 받은 73년이기도 했다. 방사성동위원소「이리듐」(IR)192 피사 산재와 중금속「크롬」산화물(CrCO2) 중독이란 이름의 이들 신종공해는 이름부터가 우리 주변에서는 최신형.
피해 또한 매연·소음·분진에 의한 난청·진폐증·유기용제중독 등 지금까지의 공해에 비해 전혀 새로운 것.

<공업화시대의 전령>
IR192 피해자인 한국공업검사주식회사 전 검사원 이학봉씨(25·인천시 만수동 산8의2)와 이오성씨(25)는 손가락 끝이 마멸돼 들어가는 전형적인 원자병을 앓고 있고「크롬」피해자 김구일씨(29·서울 영등포구 문래동6가 진아산업)와 조영내씨(26·D전기 도금공)는 비중격천공으로 코 물렁뼈에 구멍이 뻥 뚫렸다. 아무튼 이들은 몸으로 공업화시대를 알린 전령이었음이 분명(?)했다.
신종공해는 무지 속에 이들의 몸을 너무나 쉽게 좀먹었다.
71년과 72년 2년 동안 IR192로 비파괴검사에 종사한 이학봉씨와 이오성씨는 중학1년과 국민교1년 중퇴. 이들은 접근 및 촉수가 절대 금물인 IR192를 현장소장의 지시에 의해 버젓이 손으로 만져가며 각종「파이프」「보일러」등의 용접부위를 투과 촬영하다 불치의 병을 얻었다. 원격 조정 장치인「컨트롤·박스」가 노상고장이 나고「캡슐」의「보드」가 풀리거나「커넥터」가 끊어지는 등 사고가 잇달았기 때문. 특히 IR192산재 보도 뒤 나타난 제2의 피해자 김영대씨(27·한국공업검사 전 검사원)의 기억은 현장의 공해불감증을 말해주었다.『70년 8월 서울 동부이촌동 외인「아파트」현장이었죠. 하루는「이리듐」이 든「컨테이너」를 현장구석에 그냥 나둔 채 자고 이튿날 작업을 하려고 꺼내보니「이리듐·소스」가 증발하고 없잖겠어요. 온종일 찾아 난리가 났으나 행방이 묘연하다가 다음날 사무실 벽에 걸린 한 인부의 난방「샤쓰」주머니에서 나오지 않겠어요.』자기 생명을 노리는 위험물인줄 모르고 팔아먹으려고 훔쳤다는 웃지 못할 얘기.(K기자 수첩에서)

<이리듐을 주머니에>
「크롬」에 중독, 콧구멍이 뚫린 김구일씨의 산재「케이스」. 만 7년3개월 자전거「페들」의 광택을 내기 위한「크롬」도금에 일해온 김씨의 목소리가『멍멍』울리고 코를 풀면 피가 묻어 나오기 시작한 것은 4년 전.「크롬」미립자가 호흡기관의 석회질에 싸여 부식작용이 되는 경보인줄은 모르고 단순한 축농증인줄 알았다고….
『가끔 같은 도금공 친목대회에 가보면 멍멍 소리가 많아 이××들, 모조리 축농증 환자들이구나 하고 서로 놀려대곤 했어요.』「크롬」산재 사건이 보도된 뒤 김씨는 회사측의 특별배려로 공장직공에서 사무직으로 영전(?)됐다.
어느 날 찾아간 기자에게 김씨는 오히려 보도사실을 고마워하며『앞으로 자신의 피해가 보도될 때까지는 지금 나이 만29세를 31세로 올려서 써달라』고 졸랐다. 그래야만 지금은 7명의 부하를 거느리고 있는 지휘자로서의 자신이 좀더 권위 있게 보일 수 있다는 우김.(J기자 수첩에서)

<불치병 얻고 영전>
IR192산재의 경우 이들의 작업안전을 보살펴야 할 감독자의 행위는 더욱 가관.『「이리듐·소스」를 손으로 밀어 넣어 몸에 닿아도 돼지비계와 막걸리를 먹고 푹 자고 나면 방사능이 깨끗이 다 날아간다』고 했다는 것.
한국공업검사 울산·여수 사무소장이었던 김정오씨(35)가 손으로「소스」를 만지기를 꺼리는 검사원들을 달랜 꾐이었다.
심지어 공해현장의 안전점검은 눈뜨고 볼 수 없는 정도였다. 한국공업검사 충비 현장의 경우 당시 소장이었던 전치무씨(33)가 종업원들을 이끌고 구내병원에 담배 2갑을 사주고 백혈구 검사를 했다가 모두 정상보다도 좋은 1만개 이상으로 나오자『담배만 날렸다』고 투덜대기까지 했다고-.「크롬」중독 진아산업의 경우도『환풍장치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만큼 잘돼있다』고 피해자 발생이 믿어지지 않는 듯 고개를 내저으면서도 끝내 공장공개를 기피했다.
한편 진아산업 김구일씨는 회사 돈으로 코뼈 성형수술을 받고 담당직책도 입출고 책임자로 바뀌어 문제가 일단락 됐지만 한국공업검사 이학봉씨 등은 회사를 상대로 1천6백30만원의 손해배상소송 중이다. (K기자 수집에서) <정리=김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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