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의 원동력… 노동 집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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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30억 달러로 목표까지 늘려>
30일은 수출의 날. 지난 10년간 연평균 41%의 신장률을 기록하면서 한국 수출은 급속도로 증가해 왔다. 특히 금년의 수출은 세계적인 경기 회복과 물자 품귀 파동에 힘입어 유례 없는 확대를 기록하여 수출 목표 23억5천만「달러」를 10월말에 이미 2개월이나 앞당겨 달성했다.
그래서 목표를 30억「달러」로 수정해야 할 판에 이르렀다.
10월말 현재 수출 실적은 24억9천4백50만4천「달러」.
이 같은 수출의 호조는 국내 경기에도 크게 기여했다. 제1차 5개년 계획의 시발 년도인 62년에 불과 5천6백70만2천「달러」이던 한국의 수출이 이렇게 놀라운 성장을 한 것은 산업 구조의 변화에 밀접한 관련이 있다.
즉 62년의 수출 상품 구조는 광산물이 28% 공산품 27%, 농산물 23%, 수산물 22%로 제1차 산업인 농·수·광산물이 전체의 73%를 점했었으나 지금은 공산품이 90%를 차지하고 있다.

<전자 제품으로 3억불 돌파>
한국의 수출이 급팽창한 원동력 가운데는 노동집약적인 산업이 선진국의 인력 부족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정착하게 되었다는 데서도 찾을 수 있다.
이의 표본이 전자공업. 가냘픈 여공들의 손이 모여 수출 대열에 참여하고 있다.
62년에 「라디오」를 처음 수출하여 49만1천「달러」를 벌어들였던 전자공업이 지금은 기기 14종, 부품 42종을 내보내면서 10월말에 2억7천9백78만「달러」를 기록, 전년 동기에 비해 2백65%의 신장률을 나타냈다. 연말까지는 목표 3억「달러」를 무난히 돌파하리라는 예상.
전자공업은 81년의 수출 목표 1백억「달러」가운데 25억「달러」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한국의 수출은 해가 갈수록 불어날 것이 틀림없겠지만 내외의 여건 변화가 반드시 유리하게 돌아가는 것만은 아니라는데 문제가 있다.

<유류 위기 극복할 수 있어야>
국제 원자재 파동에 이은 유류「쇼크」가 내년의 경기 하강설과 함께 어두운 전망을 낳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에너지」 고가격이 결과할 각종 원자재 및 제품의 가격 인상은 무자원국 한국에 커다란 부담을 안겨 주게 된다.
이미 한차례 원자재 파동을 겪은 뒤 일어난 가격 상승으로 9월말 현재 수입액이 29억9천20만「달러」에 달해 같은 기간 중 수출액 20억9천9백90만「달러」를 훨씬 상회하고 있다.
또 「케네디·라운드」가 72년말에 종결됨에 따라 내년7월까지 신국제「라운드」가 마련되어 세계 무역 확대를 꾀하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보호무역주의로 흐르는 경향이 보이는 점도 주목해야 할 움직임이다.

<국제 시세 맞는 가격 정책을>
대내적으로는 GNP의 무역의존도가 60%선인 한국의 경제적 체질이 세계 경제의 영향을 심하게 받을 수밖에 없으면서도 지나치게 거부 반응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 시세가 올랐는데도 인위적으로 가격을 그 이하로 억누르려는 물가정책의 무리는 많은 부작용을 유발하고 있다.
또 하나는 풍부한 노동력을 자랑하지만 우수한 기술·기능공이 모자란다는 취약점이 있다.
경제 기획원 추계에 의한 기능 인력 수급 계획을 보면 금년의 총수요 64만3천여명에 대해 4만7천여명이 부족하며, 81년에 가면 34만6천여명이 모자란다는 예상이다.

<저임만을 밑천 삼지 말도록>
값싸고 풍부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수출 상품의 경쟁력을 키워 온 지난날의 자세는 중화학공업의 추진과 함께 궤도 수정을 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그리고 수출이라면 국내 자원 보호, 국내 수급을 아랑곳하지 않고 마구 퍼 내가던 정책도 이제는 내버려야 할 때다.
물론 외화를 획득하여 잘 살아보자는 의욕만은 버릴 수 없다.
따라서 급변하는 내외 정세를 정확히 판단하고 앞을 꿰뚫어보는 눈을 가져 심각하게 벌어지고 있는 자원 전쟁을 이겨 나가는 일이 앞으로의 과제가 될 것이다. 【글 현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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