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 심각해 가는 사료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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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사료의 안정적 공급 없이 축산 진흥이 불가능하다 함은 삼척동자라도 알 만한 일이다.
그런데 작년의 국제 곡물 파동을 계기로 불어닥친 사료난은 한국에 있어서는 식량위기가 가신 다음에도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으며, 급기야 최근에는 사료난에 못 견디어 지방 곳곳에서 가축 방매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것은 바로 얼마 전까지 정부가 권장해 오던 축산 진흥 정책을 무색케 하는 것이며, 나아가 이러한 축산 농가의 축산 포기는 육류 수요가 그 어느 때보다 증가 추세에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앞으로의 축산물 수급에도 큰 차질을 가져올 것이 틀림없다.
지난 1년 동안 계속되고 있는 국내 사료난의 요인은 대체로 다음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배합사료의 주원료인 옥수수·콩·어분 등의 국제 가격 상승과 국내 각종 부원료 가격 폭등에도 불구하고 시판 사료 가격이 비현실적으로 묶여 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배합사료의 질을 크게 저하시켰으며 따라서 대부분의 유축 농가에서는 별도의 첨가물을 쓰지 않으면, 정상적인 축산 경영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둘째, 주요 첨가물의 하나인 밀기울 공급량이 수요를 전혀 따르지 못한데 있다.
이 때문에 이른바 『밀기울 파동』이 장기화하고 있는데, 올해 밀 소비량은 1백80만t선으로, 작년의 1백87만t에 비해서도 오히려 7만t이나 감소했던 것이다.
당국은 이 같은 밀기울 공급 감소 대책으로 밀기울 배급제를, 실시하고 있으나 그 혜택은 주로 대단위 축산업자에게 돌아가고, 때문에 암거래 등의 부작용만 가중시켜 영세 축산 농가만을 골탕먹게 한 경우가 허다했다.
그런데 더욱 암담한 것은 이 같은 사료난의 요인이 해소될 전망이 전혀 서지 않고 내년에는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배합사료의 수요 증가율은 연평균 20%에 이르고 있으나, 옥수수·콩 등 주요 사료 곡물의 국제 가격이 비싸 내년도의 사료 곡물 수입량이 올 수준을 넘지 못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또한 시판 사료 가격도 물가정책에 눌려 현실화할 가능성이 희박해 질은 더욱 조악해지고, 따라서 밀기울 등 첨가물의 수요는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그렇다고 당국은 소맥 도입량을 올 수준인 1백80만t이상으로 확대하지 않을 계획이기 때문에, 어쩌면 내년도 사료난은 최악의 상태에까지 이를지도 모르는 일이다.
사리가 이러하다면, 사료난 해결책은 국산 사료 원료의 신규 개발과 한정된 원료의 공평한 배분을 가능케 하는 유통 질서를 확립하는 데서부터 찾아야 할 것이다. 그 위에 더욱 바람직한 것은 호박 등 국산 사료 원료 개발이라 하겠으며, 또 한편 각종 원료 가격을 현실화하고, 배급제 대신 유통을 자유화시킴으로써 가장 효율적인 원료 구입이 가능토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즉 현재 배급제인 밀기울·맥강·탈지강 등의 가격을 현실화하고 유통을 자유롭게 하되, 밀기울 과잉 소비를 막고 배합 사료와의 균형 소비를 위해 배합 사료 사용율에 따라 밀기울과 각종 겨의 매입율을 정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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