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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3)승주 송광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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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길 나빠 비경 고스란히 간직>
천년 고찰인 송광사(전남 승주군 송광면 신평리 소재)는 전국 3대 거찰의 하나이자 호남 오대 본산 가운데 제1의 사찰. 호남·남해 고속도로의 개통으로 이 고찰을 찾는 관광객의 발길이 줄을 잇기 시작했다.
호남고속도로 승주 「인터체인지」에서 남쪽으로 10㎞쯤 가면 해발 8백 87m의 조계산이 앞을 가로지른다. 고찰은 이 풍치 좋은 산의 품안에 안겨있다.
송광사로 가는 길은 고속버스를 이용, 승주 「인터체인지」에서 들어가는 것과 순천에서 조계산 선암사(27㎞)를 거쳐 서쪽으로 산길 8㎞를 넘어가는 방법이. 있다. 순천에서 송광사로 직행 버스 편은 요금이 1백 50원, 「택시」로는 1시간 남짓한 거리로 편도 1천 8백원.

<보조 국사 등 고승 16명 배출>
송광사의 옛 이름은 길상사. 기록에 따르면 지금부터 1천 2백여 년 전인 신라말기 혜린 대사가 석장을 끌며 계림의 적소를 찾다가 지금의 절터를 발견하고 조계산의 이름을 송광이라 불렀다.
혜린대사는 절을 지어 길상사라 이름 붙었고, 화엄의 대종지를 편 것이 오늘에 이른 것이다.
그뒤 고려 인종때 석조대사가 중건하다 입적, 고려 명종 29년 (1197년) 보조국사의 제자 수우가 폐사 직전의 절을 재건하여 9년 만인 희종 원년에 준공하였다.
희종이 즉위하여 보조국사가 이곳으로 옮긴 뒤 이름을 고쳐 수선이라 했다는데 이 수선사가 언제부터 송광사로 고쳐졌는지는 명확치 않다.
보조 입적 후 이조 초에 이르기까지 1백 80년 동안 이곳에서는 16명의 고승대덕을 배출했다하여 삼보(불의 통도사·법의 해인사·승의 송광사)의 하나인 승보사찰로 더욱 유명해졌다.
해방 전엔 60여 동의 건물이 들어차 비오는 날에도 장삼을 적시지 않고 경내를 한바퀴 돌 정도로 규모가 컸으나 6·25동란으로 이 대가감도 많이 변했다.

<문화재 수두룩…국보만 3점>
51년 5월 10일 지리산 공비들이 마지막으로 소탕될 때였다. 공비들의 방화로 국보 404호인 백운당과 청운당을 비롯, 보물급 전각들이 불타버리고 말았다.
국사전(국보 5호)과 하사당(보물 263호)도 수난을 겪을 뻔했으나 마을로 쫓겨난 3명의 스님이 마을사람들과 함께 불길과 싸워 화마에서 건질 수 있었다.
지금도 그 때 불탄 자리는 덩그러니 공터로 빈 채 옛 모습은 찾을 길 없다.
현재 경내에는 자체의 박물관을 둘만큼 많은 문화재가 있다. 지정 문화재로는 국사전을 비롯, 송광사 경질(국보219호) 송광사 경패(국보294호) 등 국보 3점과 보물 11점·천연 기념물 2점 등 모두 16점.
국보 중 국사전은 천장에 만자 형을 만들어 연화문 판자를 깔고 금색분서를 새겼으며 대들보에는 운용의 그림이, 고색 그대로 남아있다. 정면 4간·측면 3간 단층으로 가구양식이 무위사 극락전과 흡사한데 건립 연대는 확실치 않으나 학자들은 양식으로 따져 이조초기로 보고있다.
절 입구에서 조계산 정상에 이르기까지의 「송광사 내외팔경」은 그대로 선경으로 알려져 있다.

<효봉 스님의 사리도 모시고>
절 턱에 드리워진 능허교 밑 맑은 물에 띄는 천년 노송과 고찰의 추녀 끝 그림자는 한 폭의 그림.
대웅전을 돌아가면 이끼 낀 돌담 사이로 70여 스님들의 면벽 좌선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이 좌선당 부처를 모신 대웅전 위에 설법 좌선당을 둔 것이 과연 승보사찰답다.
화마를 입었지만 아직 4개의 암자와 32개의 말사를 거느려 호남 오대 본산(선암사·대흥사·화엄사·백양사·송광사)중 규모가 으뜸으로 거처 승려 수도 제일 많다
또 지난 67년 고승으로 입적한 효봉 스님의 사리를 모시고있어 득도의 길을 닦는 이곳 스님들의 자랑이기도 하다.
주지 이준영 스님(46)은 『전국 60여 개의 관광 사찰 중 경내 환경정화가 잘 되어있어 관계부처로부터 표창까지 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사찰의 연간 관광 수입은 고작 50여 만 원. 불교 조계종 총무원 측이나 사찰측은 「인터체인지」에서 절 입구까지의 도로확장과 포장공사가 시급한 문제라고 했다.

<글 고정웅 기자>

<사진 장홍근 기자>

<호남지방 특별취재반>

<본사 hl 1027 기상서 이영백 조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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