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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영재에게 필요한 건 적당한 무관심”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357호 13면

지난해 5월 인천시향 초청협연 중에서
2011년 9월 수원시향과의 협연을 위해 한국예술영재교육원 김대진 교수와 함께.

한국예술영재교육원은 국가적 차원의 예술영재 육성을 위해 설립된 예술분야 최초의 정부지원 영재교육 기관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운영하던 ‘한예종 예비학교’가 2008년 교육비 전액 무료 국립기관으로 전환됐다. 예비학교 시절부터 손열음·김선욱 등 세계적인 인재를 배출해온 곳이다.

김대진 한국예술영재교육원장

음악·무용·전통예술 3개 분야에 매년 2월 학교장 추천 및 예술성 기초검사, 실기능력평가, 면접 등을 거쳐 초·중·고생 160여 명을 선발한다. 훈련된 테크닉보다 영재로서의 가능성을 본다. 전체 인원을 매년 오디션을 거쳐 새로 뽑는다. 기존 학생 합격률은 80% 정도. 재원생은 중 3부터 영재입학 제도를 통해 고교과정 수료 없이 바로 한예종에 입학하기도 한다. 올해는 재원생 4명이 합격했다.

지도는 한예종 교수들이 직접 한다. 매년 3월부터 12월까지 방과 후와 주말을 이용해 연간 120시간 이상 교육한다. 음악 전공의 경우 전공별 개인렛슨과 실내악, 오케스트라 등의 실기 수업과 시창청음, 리듬수업 등의 이론과정 외에 최근에는 창의성과 인성 교육 프로그램도 강화했다. 타 장르 예술과의 만남, 외부 유명인사를 초청해 1대1 지도를 받는 마스터클래스, 찾아가는 문화행사를 통한 봉사활동 등 다양한 커리큘럼을 통해 전인교육을 추구하고 있다.

영재교육원장을 맡고 있는 김대진(기악과) 교수는 “새 시대를 위한 교육의 목표는 융합”이라며,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자기 분야만이 아니라 여러 분야의 예술을 함께 이해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런 커리큘럼을 개발 중이다. 좋은 선생님들에게 개인 레슨을 받는다는 점도 장점이지만, 눈에 안 보이는 교육환경도 중요하다. 재능 있는 아이들과 유능한 선생님이 함께 시공간을 공유하고, 무대가 크건 작건 현장에서의 소통이 쌓여 아이들을 크게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외부행사 참가는 적극 권장하지만 무단 결석은 한 번만 해도 제적처리가 될 정도로 시스템은 엄격하게 운영된다. 재능이 뛰어날수록 무질서하거나 나태해질 수 있는 것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다.

시스템에 잘 적응하지 못하거나 진로 고민이 많은 학생을 위해 상담수업도 편성했다. 지도교수에게 털어놓지 못하는 고민을 담아두지 말고 해소하라는 차원이다.

김 교수는 “예술영재에게 필요한 것은 적당한 무관심”이라고 당부했다. “영재는 자기가 영재인지 몰라야 정상입니다. 그래야 무한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어요. 영재에게 주는 사회적 관심들이 수명을 단축시킬 수도 있습니다. 예술이란 어떤 나이에 무엇을 하냐가 아니라 평생을 두고 얼마나 깊이 표현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영재도 중요하지만 영재가 구십이 돼서도 아름다운 연주를 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합니다. 예술 영재들이 진정한 음악가로 커 나가기 위해서는 세속적인 결과론에 집착하지 않고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게 놔두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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